간세포로부터 혈구 생성에 성공

        - 백혈병 치료제·대체혈액 개발 디딤돌 -

  

 

사람의 배아 간세포들을 활용해 혈구(血球)를 생산하는 연구가 미국에서 사상 최초로 성공을 거뒀다. 이에 따라 장차 백혈병·림프종 등 각종 혈액 관련질환을 적응증으로 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거나 수혈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대체혈액을 제조하는 연구 등에 뚜렷한 진전이 가능케 됐다.

미국 위스콘신의대 제임스 A 톰슨·댄 S. 카우프만 박사팀은 4일자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회보'에 "사람의 배아 간세포로부터 '조혈전구세포'(hematopoietic precursor cells)로 알려져 있는 미발달 상태의 혈구들을 생성해 낼 수 있었다"는 요지의 논문을 발표했다. 카우프만 박사는 "이 같은 성격의 연구는 이미 마우스들을 대상으로 수행되어 성과를 거둔 바 있으나, 배아 간세포들로부터 사람의 혈구를 만들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톰슨 박사팀은 마우스들로부터 떼어낸 조직을 함유한 배양액 속에서 배아 간세포들을 증식시켜 혈구의 형성과 발달을 촉진하는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배아 간세포는 아직 다른 장기나 조직으로 분화하기 이전 단계의 세포. 일명 '백지세포'(blank cells)라고도 불리우는 간세포는 성장하면서 심장, 근육, 뇌, 피부 또는 기타 각종 조직 등으로 발달해 나가게 된다.
연구팀은 "실험실 내에서 간세포들의 분화·발달과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 장차 당뇨병이나 파킨슨병, 심장질환 등을 치료하는 데 사용될 새로운 세포들을 제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카우프만 박사는 "간세포 연구가 이 같은 용도로 실용화에 접목될 수 있기까지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만큼 적잖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배아 간세포는 배아가 자궁 내에 착상되기 이전의 초기단계인 포배(胞胚; blastocysts) 상태에서 추출해야 하는 관계로 반대론자들로부터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라는 비난이 일면서 지금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이와 관련,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8월 9일 현재까지 존재가 확인된 60여 계열의 간세포들에 한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연구비를 지원하되, 추후 새로 규명되는 간세포들에 대해서는 연구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난달 발표했었다.

한편 톰슨·카우프만 박사의 연구팀은 간세포들을 성장인자들과 함께 골수와 다른 세포들에 노출시켜 세포들이 혈구로 발달하도록 촉진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골수세포들로부터 생성되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사료되는 세포군체들이 형성되었음을 확인했다. 골수는 혈구가 생성되는 곳이다. 이처럼 초기단계의 혈구들을 생성시킬 수 있었다는 것은 혈구들이 지속적으로 자신을 증식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맥락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본문은 9월5일자 약업신문에서 인용]

 

Newsweek July 9,2001

 

Dr. Satish Totey at Reliance Life Sciences Research facility in India

 

Dr. John Gearhart has figured out how to turn human embryonic stem cells into 110 kinds of cells, including heart muscle, skin cells and the immune system's T cells


 

  간세포(幹細胞) - 학술용어 사용에 관한 의견 -

    간세포(幹細胞)를 최근에는 줄기세포로 번역하고 있다. 하기야 2001년에 발간된 의학용어집(대한의학회 편저)에 stem을 '줄기'로 번역하고, brain stem을 '뇌간(腦幹)'이 아닌 '뇌줄기'로 번역하고 있음에야 문제점이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문제는 그 동안 'stem cell'을 한글로 번역할 때 의학도에게 많은 혼란을 초래해 왔다는 점이다.  

    1970년대부터 hemotopoietic stem cell 개념이 도입되면서 대부분의 전문학술지에서는 조혈간세포(造血幹細胞)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1980년 후반부터 일부 의학자에 의해 조혈모세포(造血母細胞)라는 용어를 도입하여 현재는 가장 보편적인 용어로 자리잡았다. 또 다시 생명공학계에서 배아간세포(胚芽幹細胞, embryonic stem cell)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각종 매체는 '배아 줄기세포'란 용어를 더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추세이다.

    그럼 어떤 용어가 가장 적합한 것일까. 필자는 같은 한자어 권역인 중국과 일본의 학술지 및 인터넷을 통해 상용되는 용어를 검색해 보았더니 일본에서는 간세포(幹細胞), 중국에서는 중국어 간체(間體)인 간세포(干細胞)라는 용어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오랫동안 학자들이 사용해왔던 한자어 학술용어인 간세포(幹細胞)를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하리라는 판단이다. 무리하게 한글화 시킴으로서 야기되는 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점과 한자어 권역에서의 학문적 교류가 보다 용이하리라는 기대가 편견일가...

    [2001년 9월7일  조현찬]

     

 

난치병 치료의 열쇠 줄기세포

‘현재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인 크리스토프 리브가 10년 뒤엔 정상인이 돼 영화계에 복귀할 것이다. 또 치매 파킨슨병 당뇨병 심장병 등을 정복할 날이 멀지 않았다.’  미국의 의학계는 줄기세포(Stem Cell)가 조만간 이같은 ‘꿈의 의료시대’를 열 것이라고 들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연방 정부의 예산을 제한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줄기세포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고 있다. 또 주식시장에서는 지론, 아스트롬, 스템셀스, 셀렉트 세러퓨럭스 등 줄기세포 연구기업의 주가가 폭등했고 5∼10년 안에 이 분야의 산업 규모가 500억 달러(약 65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과학기술부 등이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줄기세포가 중요한 만큼 일반 시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고장난 신체 일부만 새 것으로 바꾼다

▽‘만능(萬能)세포’〓사람에게 있는 60조∼100조개의 세포는 모두 똑같은 유전자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세포마다 실제로 기능하는 유전자는 달라 뼈세포, 혈액세포, 심장세포 등 모양과 기능 등이 다른 210여 가지 세포로 분화된다. 그런데 난자와 정자가 합쳐져 수정란이 생긴지 5∼6일 뒤에 나타나는 세포들은 아직 유전자의 어떤 부분이 기능할지 정해지지 않아 온갖 세포로 바뀔 수 있다. 이 것이 바로 배아 줄기세포인데 만능세포로도 불린다. 이미 분화된 세포들은 병든 조직에 이식하면 곧바로 죽지만 배아 줄기세포를 이식하면 주변 환경에 따라 필요한 세포들로 분화되기 때문에 치료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98년 배아 줄기세포를 처음 분리한 미국 위스콘신대 제임스 톰슨 박사는 “이론상 줄기세포를 하나의 장기로도 만들 수 있지만 원체 복잡한 작업이기 때문에 병든 기관을 건강한 세포로 땜질해 수리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배아 줄기세포는 △불임시술 뒤 남은 냉동배아 △유산된 태아 △복제인간을 만드는 전 단계인 복제배아 등에서 얻을 수 있다. 부시 미국대통령은 ‘절묘한 선택’을 했다. 모든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연방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얻은 줄기세포주(줄기세포를 죽지 않고 계속 분열하도록 만든 것)의 연구에만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로써 새 생명을 조작하지 않도록 해 윤리성 시비에서 벗어나면서도 수많은 환자들을 살릴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할 길을 마련했다.

▽‘다능(多能)세포’가 만능세포일 수도 있다〓최근 과학자들은 백혈구 적혈구 등을 만드는 조혈모세포나 피부의 각종 세포로 분화되는 피부 줄기세포 등 특정 세포만 만드는 줄기세포가 몸 곳곳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배아 줄기세포와 구분해 성체(成體) 줄기세포, 다능세포라고 부른다. 최근 2∼3년 동안 다능세포도 배아 줄기세포와 마찬가지로 다른 장기의 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와 과학자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1998년 조혈모세포가 근육세포로 바뀔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으며 지난해엔 간(肝) 세포로 분화되기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쥐의 뼛속에서 근육 지방 힘줄 인대 연골 등을 만드는 줄기세포를 분리해 뇌에 이식하자 신경세포로 바뀌었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나왔다. 성체 줄기세포는 이식할 경우 면역거부 반응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배아 줄기세포처럼 병든 조직을 신속히 대체할 수 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국내에서는 서울대 수의대 강경선 교수가 사람 유방 줄기세포의 존재를 확인했고 연세대의대 소아과 박국인 교수 등은 신경 줄기세포의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또 고려대 안암병원 내과 임도선 교수는 심장줄기세포를 이식해 훼손된 심장을 살리는 동물실험에 성공했다.

▽꿈의 의료시대는 언제?〓줄기세포를 실제로 치료 목적에 이용하려면 줄기세포를 분리한 다음 일정기간 동안 분화하지 않는 상태로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또 필요한 때 특정한 기능을 하는 세포로 바꾸려면 해당 유전자만 활성화하도록 특정한 단백질과 효소를 통해 조작해야 한다. 이 과정은 유전체 및 단백질 연구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원장이었던 해럴드 바머스 박사는 “이 과정이 원활히 이뤄지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학계에선 줄기세포 이식에 앞서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특정 세포의 분화 과정을 알게 돼 암이나 선천성 질환의 치료를 앞당기게 되며 다양한 종류의 인간 세포를 배양함으로써 신약 개발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움말〓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내과 민유홍교수)

◇골수이식=줄기세포 이식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조만간 줄기세포를 의학적으로 대폭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현재도 줄기세포를 이식해 병을 치료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수 이식으로 알려진 조혈모(造血母)세포 이식이 그 것이다.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피톨을 만드는 성체 줄기세포인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백혈병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은 1972년 미국 프레드허친슨 암센터의 도널 토마스 박사가 처음 성공했으며 그는 이 공로로 80년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조혈모세포의 이식 과정을 알면 다른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가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질지 윤곽을 알 수 있다. 조혈모세포가 미성숙한 채로 늘어나고 피톨을 만들지 못하는 혈액암인 백혈병 환자에게는 2주 정도 항암제 2, 3가지와 방사선을 투여해 암 세포의 씨를 말리면서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을 죽이는 약물을 투여한 다음 정상인에게서 기증받은 골수를 백혈구 성장 촉진인자와 함께 혈관에 이식한다.

조혈모세포는 ‘귀소 본능’이 있어 이틀 동안 혈관 속을 돌아다니다 뼛속에서 피톨을 만들기 가장 적합한 환경을 찾아 둥지를 튼다. 이후 2∼4주가 지나야 피톨을 제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 때까지는 수혈을 받아야 한다. 환자의 면역세포가 공여자의 피를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거나 공여자 피의 면역세포가 환자의 장기나 조직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형제에게서 골수를 기증받은 경우 평균 6개월, 가족이 아닌 제3자에게서 받은 경우 9∼12개월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환자는 면역적으로 신생아의 상태가 되므로 예방접종을 처음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환자가 혈액형이 다른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경우 혈액형이 바뀐다. 한편 조혈모세포를 이식받는 과정에서 여성은 난소가 파괴돼 여성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므로 조혈모세포 이식 후의 환자는 뼈엉성증(골다공증), 성기 미성숙 등을 예방하기 위해 호르몬제제를 투여받는다.

 [동아일보  2001/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