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바이러스와 테러 전쟁

열흘전 미국 세계무역센터와 국방성이 테러 공격을 받았을 때 점보기도 아닌 소형 여객기 충돌로 순식간에 빌딩이 무너져 내리고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세계경제를 태풍의 핵으로 몰고 가리라고 그 누구가 상상했겠는가. 직접적인 비유가 될 수는 없겠지만 컴퓨터 바이러스에 당하는 피해도 간혹 이런 사안과 비슷하리라 생각되어 이틀간의 컴퓨터 바이러스와의 테러 전쟁(?) 경험담을 소개하고자 한다.

점심을 끝낸 시간에 우선 전자메일을 확인하고자 아우트룩익스프레스를 띄웠다. 5개의 메일이 도착하여 먼저 눈에 들어온 것부터 클릭했으나 작동이 안되고, 메모리 부족이라는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는가. 여태까지 이런 일이 없어 컴퓨터를 끄고 켜는 작업을 두서너 번, 그래도 똑같은 현상은 반복되었다. 해결방법을 찾고자 고민 중 김영철 선생이 나타나 Nimda 컴퓨터 바이러스 감염이 없느냐는 질문에 아차 그렇겠구나. 그러나 과거에도 컴퓨터 바이러스 침입을 수차례 당한 경험이 있고, 김선생이 치료방법의 매뉴얼까지 갖고 왔으니 이번에도 일시적인 해프닝 정도로 넘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판단은 간혹 착오로 이어진다는 사실. 수동 치료방법 매뉴얼을 확인하고 치료를 수차례 시도했으나  실패의 연속이었다. 전현배 선생도 자신있게 덤벼 들었지만 역시 똑같이 실패. 시간은 퇴근시간을 넘긴 오후 6시, 전문가를 자처하는 전산실 직원을 불러와 한시간 동안 씨름하였지만 역시 고개만 갸우뚱거리며 물러났다. 이 직원의 이야기인즉  컴퓨터를 완전 포맷하여 싹밀어 버리고 다시 프로그램을 까는 방법뿐이라나. 컴퓨터 포맷하지 않고 바이러스 잡아주라고 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약간 불쾌하기도 하고 괜스레 불렀다는 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컴퓨터 보안 관련회사의 홈페이지에서 최신 컴퓨터 바이러스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직접 덤벼보기로 했다. 이 Nimda 컴퓨터 바이러스는 최근 전자메일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급속도로 번지면서 전자메일을 무력하게 만들고 컴퓨터 속도를 엄청나게 떨어뜨린다는 점과 아직까지 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보급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컴퓨터 바이러스의 특징을 잘 알게 되면 치료방법도 나오게 되는 법. 그래서 이 바이러스는 모든 드라이브를 네트워크에 공유시킨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우선 모든 드라이브를 비공유로 지정하였다. 계속하여  system.ini 파일에서 지우라는 load.exe-dontrunold 문구를 찾아내고, nws와 eml 확장자를 가지는 모든 파일 검색하여 지우고 또 지우고 다시 재부팅하는 일을 수십차례 시도했으나 전혀 진전이 없었다. 새로 생성되는 desktop, thumbs이라는 파일들이 기생하는 다이렉토리의 불필요한 파일 모두 삭제하고, 전자메일에서 보관했던 파일들도 대부분 삭제하고, 그리고 재부팅. 그래도 Nimda 바이러스는 보란 듯이 다시 살아나서 더욱 강해지는 것이 아닌가. 시간은 새벽 2시 허리 통증과 함께 정신이 가물가물해지면서 체력적으로 버티기가 어려워 일단 퇴근했다가 아침에 다시 시도해 보기로 했다.

아침 콘프런스 끝내고 어제와 같은 방법을 다시 반복해 보았으나 전혀 달라질 기색이 없었다. 목요일 점심시간마다 APCIG (advanced PC interesting group 약자) 모임이 있는데 참석했던 다섯명의 다른 스탭들은 전혀 피해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나니 슬그머니 화가 나지않는가. 모임에 참석했던 박동식 교수(재활의학과)가 금일 백신프로그램 V3+Neo 개정판이 나왔다고 친절하게 그 백신프로그램을 보내주었다. 윈도우 창에서 도스 모우드로 들어가서 V3+Neo 프로그램을 구동하였더니 숨어있던 바이러스들이 하나둘씩 얼굴을 내밀었고 도움말에 따라 하나하나씩 제거해 나가는데 30분이 걸렸다. 그런데 파일 2개가 계속 남아있어 다시 30분을 소요하였지만 계속 load.exe 파일 한 개는 치유 불가능이란 메시지로 올라왔다. 예전 경험을 되살려서 DOS 구동 디스켓을 만들어 재시도하였는데 또 30분이 소요, 그리고 다시 확인하는데 30분. 바이러스 감염이 없어진 것을 최종 확인하고 치료과정중 없어진 riched20.dll 파일을 복구하고나니 그런대로 컴퓨터는 제구실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24시간 동안 이 컴퓨터 바이러스는 나에게 잠못자게 한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피로감을 안겨주고 떠났고, 유포자는 그가 바라던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래서 이 바이러스를 유포시킨 해커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지구촌 어디선가 승리를 구가하고 있으리라.

미국 테러전쟁에서 보듯이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태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던 피해자는 궁극적으로 모두 패배자이리라. 뒤늦게 테러 분자들을 찾아 혼내주겠다고 법석인데 과연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복수는 또다른 복수로, 테러는 테러를 낳고, 전쟁은 다시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그들은 간과하는 것이 아닐까. 미국은 미국 사정이고 이번 컴퓨터 바이러스의 피해자인 나는 앞으로 컴퓨터 바이러스 테러에 대한 최악의 상태를 가정하고(데이터 파일을 못쓰게 만드는 일) 어떤 대비책을 세울 것이냐는 문제에 귀착된다.

없는 돈 들여서 바이러스백신을 구입해도 Nimda 바이러스 침입에서 보는 바와 같이 완전예방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육필로 생활하는 독특한 존재가 되어볼까. 정보화 사회에서 지식사회로 빠져든 현시점에서 이것은 불가능하고. 그런데 전문가의 공통적인 의견은 이렇다. 현대문명의 이기를 회피할 생각이 없다면 유용한 컴퓨터 파일 자료는 부지런히 수시로 backup하여 보관해 두라고...

 [9월19일 조현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