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의 전문성과 윤리: 잘못된 진료(Fraud)와 남용(Abuse)

서울의대 강흥식, 박성호, 도경현


의약분업으로 시작된 의권 쟁취 투쟁은 이제 '의료개혁과 자정'이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의료개혁의 첫 출발점에서 의사내부의 반성과 자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의료계 내의 요구이다. 국민들도 의사들의 문제제기를 더 이상 수용하지 않으면 우리 나라의 의료체계가 붕괴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언론 보도에서와 같이 의약분업 실시 이후 수입이 줄어든 병의원 등에서 의학적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불필요한 검사 남발, 진료비 부당 청구 등으로 환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 등이 환자의 불신과 불만을 촉발시키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하여 의료인들은 자성을 바탕으로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구체적으로 표명해야 할 것이며. 특히 의사들이 비난받고 있는 도덕성, 즉 의료윤리에 대한 심각한 자기 비판과 반성, 그리고 해결방안을 분명히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의료행위란 고도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 의사와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인 환자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이다. 따라서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의사에 의한 잘못된 진료(fraud)와 남용(abuse) 행위는 드러나지 않고 감추어질 소지가 많다. 또 이러한 행위는 의료수가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진료의 질 저하를 초래하여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될 수 있어 최근 미국 등에서 주요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1, 2, 3). 미국에서 법적으로 금지하는 잘못된 진료행위는 크게 다음과 같이 세 종류가 있으며, 부당청구(false claim), 중개료(kickback), 그리고 자가의뢰(self-referral)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부당청구와 중개료는 옳지 않은 행위라는 것이 명확하며, 미국에서는 부당 청구는 현재 형법으로, 의료행위와 관련된 중개료는 연방법과 주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자가의뢰의 경우 우리 나라에서는 의사들 자신조차도 잘못된 행위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또한 법적인 규제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미국에서도 1990년대 초반에 자가의뢰가 문제화되어 윤리규정과 주법에서 자가의뢰의 금지가 명문화되었으며 앞으로 보다 더 강화될 전망이다 (1).

자가의뢰에는 여러 행위들이 포함되며, 현재 미국에서 법적으로 금지되고 있는 자가의뢰는 의사가 자신 또는 자신의 직계가족과 재정적인 관계-ownership, investment interest, compensation arrangement 포함-가 있는 의료기관(물리치료실, 방사선치료실, 임상병리실, 방사선과, 기타 진료과목 등등)으로 환자를 의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외에도 자가의뢰의 범주에 속하는 행위에는 자신의 병원 내에 X-ray, 초음파 등의 기기를 설치하고 방사선과 전문의가 아닌 임상의가 방사선학적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 비용과 효용성을 고려하였을 때 환자에게 이익이 되는 다른 진단적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에게 유리한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 등이 있다. 예를 들어 의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장조영술 대신에 대장내시경검사를 시행하는 경우 또는 그 반대의 경우가 후자의 예가 되겠다.

자가의뢰는 특히 검사 분야에서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많은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시행되는 진단적 방사선검사의 빈도와 비용에 대한 한 연구에 의하면, 임상의가 방사선 검사시설을 갖춘 자신의 의원에서 자신의 장비를 이용해 직접 검사한 경우(자가의뢰)가 방사선과 전문의원으로 환자를 의뢰하여 검사를 하는 의원들에 비해 검사의 빈도가 4-4.5배 높았으며, 개개의 검사비용도 일반적으로 더 높았다 (2). 결국 이 같은 잦은 검사 빈도와 높은 검사 비용으로 인해, 자가의뢰를 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하여 한 환자 당 평균 검사 비용은 4.4.-7.5배 높은 결과를 보였다 (표 1) (2). 이 외에도 많은 연구에서 자가의뢰로 인한 검사의 남용에 따르는 검사 빈도의 증가, 검사 비용의 증가, Quality Assurance의 부재, 그리고 시행하는 의사의 수련과정의 부재로 인한 검사의 질적인 저하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2, 3, 4).

표1. Categories of Physicians and Episodes, Frequencies of Imaging, and Imaging Costs in One-Physician Episodes*

 

Variable

Self-referral

Radiologist-

referral

Self/Radiologist

referral ratio

P value

URI Sx

 

 

 

 

Physicians(%)

38

62

0.6

-

Episodes(%)

57

43

1.3

-

Episodes /c imaging(%)

46

11

4.2

0.0001

Mean charges($)

54

40

1.4

0.0001

Mean charges for episode($)

25

4

6.2

0.0001

Pregnancy





Physicians(%)

48

52

0.9

-

Episodes(%)

56

44

1.3

-

Episodes with imaging(%)

59

13

4.5

0.0001

Mean charges($)

304

185

1.6

0.0001

Mean charges for episode($)

180

24

7.5

0.0001

Lower back pain





Physicians(%)

49

51

1.0

-

Episodes(%)

66

34

1.9

-

Episodes with imaging(%)

54

12

4.5

0.0001

Mean charges($)

70

63

1.1

0.0001

Mean charges for episode($)

38

8

4.8

0.0001

Difficulty urinating(men)

 




Physicians(%)

38

62

0.6

-

Episodes(%)

46

54

0.8

-

Episodes with imaging(%)

32

8

4.0

0.0001

Mean charges($)

264

241

1.1

0.14

Mean charges for episode($)

84

19

4.4

0.0001


* Mean charges shown are for episodes with imaging. Mean charges per episode were calculated as the fraction of episodes with imaging times the mean imaging charges in episodes with imaging.

†P-values are for the difference in values between self-referring and radiologist-referring physicians.

(Reference) Hillman BJ, Joseph CA, Mabry MR, Sunshine JH, Kennedy SD, Noether M. Frequency and costs of diagnostic imaging in office practice: a comparison of self-referring and radiologist-referring physicians. N Engl J Med 1990;323(23):1604-1608

 

자가의뢰는 임상의사가 환자의 전반적인 임상 상황에 정통하다는 점과 환자의 편의성이라는 시각에서 인정할 수 있다는 일부의 주장도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일종의 의료 기관간의 담합 행위 또는 수입 증대를 위한 편법과잉진료행위를 막고, 또한 검사의사에 의한 객관적인 의견(second opinion) 제시가 진단 및 치료 계획의 정확성을 높힐 뿐만 아니라 의료분쟁(medicolegal problem)에 있어서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 선진국에서는 자가의뢰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추세이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1992년에 임상병리검사(clinical laboratory services)에 대한 자가의뢰의 금지를 규정하는 Stark I이라는 법을 제정하였고, 1995년에는 임상병리검사 뿐만 아니라 표 2와 같은 여러 사항들에 대해서도 자가의뢰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보다 강화된 Stark II를 제정하였다 (1, 3, 4).

표2. Stark II 법에 명시된 자가의뢰가 금지된 11가지 공공의료서비스

Clinical laboratory services;

Physical therapy services;

Occupational therapy services;

Radiology services, including MRI, CT and ultrasound services;

Radiation therapy services and supplies;

Durable medical equipment and supplies;

Parenteral and enteral nutrients, equipment, and supplies;

Prosthetics, orthotics and prosthetic devices, and supplies;

Home health service;

Outpatient prescription drugs; and

Inpatient and outpatient hospital services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잘못된 진료와 남용'에 대한 의사 자신의 정확한 인식이 부족한 현 우리 나라 상황에서 의약분업 실시로 인한 수입 감소의 보전을 위한 검사 남발 및 과잉 진료가 국민 의료비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따라서 우리 나라에서도 잘못된 진료와 남용에 대한 법적인 규제에 대한 의료계와 국민의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법에 의한 규제 이전에 의료행위의 전문성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결국 전문가인 의사집단 내의 자성과 이에 따른 자율적인 규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의료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얻는 기초가 될 것이며 이를 통해 현재의 의사-환자 관계를 신뢰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국민 건강의 증진과 국가 의료 체계 개혁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Kalb PE. Health care fraud and abuse. JAMA 1999;282(12):1163-1168

2. Hillman BJ, Joseph CA, Mabry MR, Sunshine JH, Kennedy SD, Noether M. Frequency and costs of diagnostic imaging in office practice: a comparison of self-referring and radiologist-referring physicians. N Engl J Med 1990;323(23):1604-1608

3. McDowell TN Jr. Physician self referral arrangements: legitimate business or unethical "entrepreneurailism". Am J Law Med 1989;15(1):61-109

4. Shea D, Stuart B, Vasey J, Nag S. Medical physician and referral patterns. Health Serv Res 1999;34:331-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