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의 적절성 평가를 위한 제언

 

 

- 정부 차원의 관심과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 -

인체유전체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의 성공적 완료 후 유전자 검사의 임상 적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6년 7월 현재 약 1,270여 질환과 관련한 유전자 검사가 개발되어 있고 이 중 970여 질환에서 실제 임상에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유전자 검사는 대부분 빈도가 매우 낮은 유전 질환의 진단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가 보인자 확인이나 일반질환의 유전위험도에 대한 예측 검사, 약제 반응의 다양성을 확인하기 위한 약물유전자검사 등의 다수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검사의 종류가 늘어나면서 유전자 검사의 시장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질환의 예측과 예방을 위해 지금까지 개발된 유전자 검사와 향후 개발이 예상되는 유전자 검사들은 일반 대중에게도 폭 넓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유전자가 질병 발생에 미치는 영향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헌팅톤병 등의 단일 유전자질환의 경우 해당 유전자가 존재한다면 필연적으로 그 질환이 발생할 것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당뇨 또는 고혈압 등 유전적 요인과 더불어 환경요인이 질병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에서는 위험유전자의 존재만으로는 미래 발생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 즉, 질환의 유전도가 높으면 환경요인보다는 유전요인에 의해 질환이 발생하므로 아직까지는 질환 발생의 예방이 불가능하고, 유전도가 낮은 질환이라면 유전요인이 질병 발생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기는 하나 환경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치므로 유전자 보유 여부만으로 질환의 발생을 확신할 수 없는 경우이다.  

유전자란 개인의 특질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으며, 각 유전자들이 갖는 특성에 대한 과학적 규명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개인의 유전자를 검사한다는 것은 개인의 유일무이하고 일생을 통해 변하지 않는 정보를 얻는 행위일 뿐 아니라, 개인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그 친족의 특성까지도 얻게 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유전자에 대한 검사는 몇 가지 점에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유전자에 대한 검사를 통하여 자신이 심각한 질병을 야기할 수도 있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오는 심리적 충격을 생각할 수 있다. 특정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는 특정 질병에 이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를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실제 그 질병에 이환되는 데에는 다양한 환경적 요인들, 다른 유전자와의 관계 등이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질병을 야기할 수도 있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실제 질병에 이환되리라고 생각하여 상당한 심리적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암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진단을 받은 여성들이 보통 3-6주 후에 만성적 근심, 혼란, 수면장애 등을 경험한다는 보고도 있다 이러한 심리적 문제는 치료 방법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유전질환의 경우 더 심각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나 헌팅톤병에 대한 유전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가 자살을 시도한 사건들이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유전자 검사에 경제적인 성장 논리가 너무 일찍 적용됨으로 인하여 유전자에 관한 많은 오해를 불러오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경쟁적 유전자 검사 시장에 진입하면서 이런 양상들은 더욱더 심화하고 있다.  

따라서 유전자 검사가 임상 혹은 공공의료 시스템으로 도입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객관적이고 과학적 그리고 임상적 근거가 확실하여야 하며, 도입이 되더라도 사회적 그리고 윤리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지속하며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 차원의 관심과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기대된다고 하겠다. [2006년 7월 13일]

 

조현찬

 

한림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한림대의료원 부의료원장

대한진단혈액학회 회장, 대한혈액학회 이사장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 적절성평가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