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비스 평가제

한림의대  조 현 찬

 

오는 9월부터 전국 3차 진료기관에 대한 병원서비스 평가제가 실시되고 연말에는 병원의 점수매기기(?) 성적이 공개된다. 복지부는 병원진료 등 각종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킨다는 명목으로 마련한 서비스평가제의 시행방안을 발표했다.

이 제도의 도입배경은 국민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증대함에 따라 불만이 급증하고 있고, 국민의 의료기관에 따른 선택으로 현행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점, 나아가 현실적으로 2∼3년내에 있을 의료시장개방에 대비하여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의료기관의 질적 향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안이 발표된 작년부터 의료단체의 많은 반대에 부딪쳐 왔는데 서비스평가제가 정부의 계획대로 시행될 경우 특정병원의 환자집중은 더욱 심해지며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온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는 역기능이 초래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가 있었다. 특히 정부의 계획대로 서비스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병원이 비싼 의료수가를 받도록 허용할 경우 의료의 공적기능을 상실하게 되며 임상보다는 연구기능에 치중해야 할 3차 진료기관의 파행운영도 지적되었다.

이 평가제도는 당초 제기된 상황과 문제의식의 건전함에도 불구하고 내용과 절차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우선 이들 항목이 병원시설이나 환자 만족도 등의 의료외적 부문이 강조되고 있어 기준자체가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의료외적 서비스가 주된 평가대상이 될 경우 당연히 진료외적 과잉 시설투자가 초래되고 진료행위가 부차적인 지위로 하락할 수 있다. 의료외적 서비스에 대한 과잉투자는 결국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경제적 압박요인이 되며 국민부담으로 가중되리라는 예상이다.

더불어 정부에서 병원들을 유도하는 방안으로 예전에 비해 강제성을 부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평가결과를 공포하거나 결과에 따른 진료비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은 낮은 등급을 받은 병원의 경우 타격이 크고 대형병원의 경우 더비싼 진료비를 받게되는 이른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예견할 수 있다.

정부가 지난 91년부터 병원 신증설 지원사업을 벌여왔고 최근 재벌대형병원의 신증설이 잇따르고 있어 굳이 서비스평가를 하지 않아도 병원사이의 치열한 경쟁은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중소병원에 대한 지원투자 없이 대형병원과의 절대적 불이익은 이미 시작된 중소병원의 몰락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는 30년간 고도 경제성장이 갖는 허구를 목도하면서 참담함을 느껴야했다. 대형폭발사고, 서울 한복판 성수대교의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는 선진국 진입이라는 자위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말았다. 정부의 서비스평가가 최선의 고육지책이라 할지라도 매머드식 병원에서 한판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단순방식의 발상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물론 현재 우리 나라 의료형편이 의료서비스의 질이나 자생력을 높여야 할 시점에 와있는 것 역시 엄연한 사실이며 어느 정도의 자정작용(自淨作用)이 필요한 것도 모두가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나 문제해결이 선진국 모델의 무조건적 모방일 수 없으며 더욱이 그 내용이 치료효과의 향상을 기대할 수 없는 알맹이 없는 외형에 급급한 것이라면, 게다가 이 모든 것이 약육강식의 자본논리에 맹종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당장의 문제해결보다 다음에 닥칠 문제들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서비스평가제 시행목적을 의료보험 수가체계 개선과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통한 병원경영 환경을 개선하면서 자율적으로 진료서비스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향에서 지원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병원서비스의 객관적인 평가가 더이상 물러서거나 피할 수 없는 형국이라면 서비스평가를 원하는 병원에서부터 시범적으로 시행하되 평가결과를 해당병원에만 통보해 개선을 촉구하도록 하는 방식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1995년 7월27일,  의협신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