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科大學 新增設  -內部의 敵-

한림의대  조 현 찬

 

96년도 의과대학 신증설 요청 현황을 보면 16개교가 의과대학 신증설을, 기존 의과대학 11개교는 증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의과대학 신증설 억제를 위한 범의료계 차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의대 설립방안이 정부 차원에서 적극 검토되고 있어 계속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계에서는 먼저 의대신설과 증원을 반대하는 이유로 기초의학 분야가 대부분의 의과대학에서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저질의사의 양산이 심각하게 우려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한 그 동안 의대 신증설이 대학 교육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정략적으로 이용되어 왔다는 점도 지적됐다.

기초의학협의회는 정부에 대한 건의문에서 교육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대 신증설이 이루어짐으로써 초래될 의화(醫禍)에 대해 깊은 책임을 느끼기 바란다는 요청으로 결말을 짓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내에서 장차 초래될 의학교육의 부실을 실질적으로 책임질 사람이 없고 매년 반복되어온 의료계의 대응방안은 이미 효력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는 점이다. 의대 신증설 문제에 대해 정부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위협(?)만으로는 정부가 고분고분해질 것 같지 않고, 매년 똑같이 반복되어 의료계는 정력을 낭비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따라서 우리 의료계의 문제점을 재점검하고 대응방안도 달라질 때가 되었다. 대한의사협회 자료에 따르면 증원을 요청한 의대 중 서울소재 일부대학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최근에 신설된 지방대학으로 기초의학 교수충원율이 대부분 50%에 미달했다.

이같은 기초의학 교수부족과 외래강사 의존현상은 증원이나 의대증설로 한층 심해지리라는 전망과 함께 의대교육은 그만큼 부실해질 것이다. 그런데 이들 대학의 학장들이 모여 저질의사 과잉배출에 따른 폐해를 주장하면서 의대 신증설과 증원을 반대한다는데, 그러면 증원은 누가 신청했으며 요청된 사유는 무엇인가?

의과대학 신증설을 표면적으로 주장하지 않더라도 개인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묵시적으로 동조하고 실질적으로 협조하는 의료계 관계자가 없다고 단언할 수 있겠는가? 의대 신증설을 신청한 자들이 의료계 인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들인가? 의료계를 이끌고 계시는 분들이 정부만을 상대로 타율적인 해결책을 요청하기 전에 의료계에서 머리를 맞대고 내부의 자율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는가?

기초의학협의회 전회원은 아니더라도 임원들이나 학장들만이 신설 의과대학에서 어떠한 지원 요청이 있더라도 절대 협조하지 않겠다고 다짐할 수는 없는가? 대한병원협회는 회원병원 이름으로 소속병원이 의대를 신설하거나 대학당국이 증원을 요청할 때 결사 반대하겠다는 다짐도 천명할 수는 없는가?

결론적으로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열쇠는 정부보다는 우리 의료계 내부에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으며 실질적이고도 강력한 의대 신증설 저지책을 세워야 한다면 의료계 스스로의 대처논리와 방법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1995년 9월 14일,  의협신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