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참사를 보면서

한림의대  조 현 찬

 

그렇게도 크고 화려해 보이던 삼풍백화점이 폭삭 무너져 내렸다. 출퇴근 길에 삼풍백화점 참사의 끔찍한 현장을 지켜보면서 분노와 허탈감은 사고후 수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좀처럼 식어들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가 심각하고 중대하면 그럴수록 흥분된 반응에 앞서 냉철한 진단이 필요하고「이럴수가 있을까」혹은「또 이런 일이!」라는 개탄에 앞서 그 해결책과 치료를 위해서는 이성적이고 조용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최근 잇달아 일어났던 재난과 마찬가지로 삼풍백화점의 참사도 인간이 빚어낸 人災라는데 문제가 있다. 재난은 예기치 않게 닥쳐오는 고통스러운 일이며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동서를 막론하고 항상 있어 왔다. 따라서 天災는 피할 길이 없고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그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일뿐이다. 그러나 삼풍백화점 참사와 같은 인재는 그 원인과 책임이 오직 인간에게 있다. 또 같은 인간이라도 그 원인이 실수에 있는 것과 자질부족에서 찾을 수 있는 것으로 구별된다. 사람이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의사라 할지라도 순간의 판단착오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그런데도 환자들이 끊임없이 찾아주는 이유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성실성과 믿음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라도 실수로 삼풍백화점붕괴와 같은 끔찍한 재난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참사를 어느 특정인이나 집단의 실수로 쉽게 돌릴 수는 없는 이유는 지난 수년동안 유사한 종류의 끔찍한 대형사고들에 거의 무감각해졌을 만큼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잘못은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책임소재를 따진다거나 처벌만으로는 거의 관습화된 재앙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한 대형사고와 관련된 사람들과 기관과 제도와 절차와 과정들의 복잡한 측면과 그것들 서로의 관계를 생각할 때 그 동안 있어 온 여러 참사들에 직접 간접으로 얽힌 사람들의 수를 따진다면 그 수는 엄청날 것이다. 그같은 논법으로 볼 때 대형참사들의 궁극적 책임도 우리 모두가 총체적으로 같이 져야하는 것이며 우리는 다같이 공범자일 수가 있는 것이다. 삼풍참사에서 느끼게 되는 또 한가지는 서울의 화려한 건물들이며 높이 솟아있는 아파트 단지들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사상누각이 아닐까하는 걱정이 든다. 멀게는 와우아파트 붕괴, 대연각호텔 화재사건, 가깝게는 목포여객기 추락, 서해 여객선 침몰, 구포 열차사건, 청주아파트 붕괴, 성수대교 붕괴, 마포 가스폭발, 대구지하철 가스폭발 등의 기억이 아직도 우리에겐 너무나도 생생하다. 듣기 싫고 불쾌하지만 이제 남은 곧은 대형병원이라는 괴소문도 들린다. 공중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서나 일어났던 사고가 병원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로 해석하고 싶다.

사회의 수많은 문제는 우리들로부터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잘못된 줄도 알고, 이해관계가 걸리기 때문에…, 단순히 귀찮다는 이유로 무시하거나 혹은 굳이 나서서 문제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우리들은 스스로의 몸보신하기에 바빴다. 사회란 한사람의 인체와도 같아서 어느 분야에서든지 맡은바 자기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그것이 원인이 돼 누군가가 큰 피해를 보게 되고, 사회전체가 충격의 몸살을 앓게 된다.

임시로 해둔 것이 영구할 수 없고 남의 눈을 가린것은 결국 드러나게 마련이며 적당히 했던 일들은「부실이란 무서운 얼굴」로 나타나고 만다. 그리고 원칙에 따르지 않고 안이하게 했던 일들은 쉽게 허물어지고 있음을 우리는 충격을 경험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원칙을 지키고 순리를 따르는 겸허한 자세로 살아야겠다. 우리 모두 자기가 맡은 일만큼은 철저하게 책임있게 일하는 자세만 가질 수 있다면 사고는 미연에 예방할 수 있다.

삼풍참사에에서 많은 교훈을 얻고 自身과 의식개혁의 또다른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삼풍백화점 참사로 목숨을 잃은 선량한 시민들의 명복을 삼가빌며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있길 기원하면서.

                                                              [1995년 7월10일, 의협신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