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선 박사의 독서 사랑, 그리고 도서관 이야기

 

고(故) 윤덕선 명예이사장께서는 유난히도 독서라는 양식과 도서관에 대한 믿음이 투철한 분이셨다. 그 분은 일찍부터 도서관에 대한 열정을 가지셨고, 한국의학도선관협의회 창설을 주도하면서 1970년초에는 의학도서관협의회 회장(1972-1976)까지 역임하셨다.

현재는 진부한 내용일지 몰라도 당시 1973년 7월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의학문헌색인집(Index Medicus Korea)을 발간하셨다. 1974년부터 1978년까지 불우 맹인들을 위한 점자도서관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한림대학 개교 당시 도서관 업무를 책임지고 교양학부 전임강사 발령을 받았던 이춘실 교수(현재 숙명여대 문헌정보학)의 회고담에 따르면 한림대학이 윤덕선 박사는 어느 대학보다도 우수한 대학도서관을 가져야 한다면서, 가장 훌륭한 도서관으로 발전 시킬 것을 당부했고, 예산 배정에도 남다른 배려가 있었다고 기억했다.

윤덕선 박사 10주기에 즈음하여 최신식 한림대학교 일송기념도서관이 정식으로 개관되는 이 때 그 분의 도서관과 독서에 대한 열정을 수상집 "낙엽을 밟으면서"를 통해 음미해 보기로 했다. [2006월 3월 9일  한림대의료원 부의료원장 조현찬]


1971년 의학도서관협의회 정기총회에서 특강

1972년 한국의학도서관협의회 회장에 취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본관 환의실)

1974년 2월 서울의대 신축의학도서관 개관식 참석

1990년 한림대 도서관 12만권 확보기념회 자축연

1990년 한림대 도서관을 둘러보는 윤덕선 이사장

독서관 설립의 꿈

이제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세가지 정도인데 후세들이 살아가면서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첫째는 과거 새마을 운동과 같은 사회의 정풍운동이고, 둘째는 신문사를 경영했으면 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셋째는 젊었을 때부터 도서관을 짓고 싶은 꿈이었다

1. 도서관은 광범한 학문 분야의 깊고 얕은 모든 지식의 저장소가 되는 곳이어야 한다.

2. 모든 첨단기술을 응용해서 다양한 시설을 갖추어 놓고, 누구나 쉽게 모든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어야 한다.

3. 밟고 명랑한 젊은이들의 교우 장소이자 토론과 환담의 장소가 되며 각종 세미나 등을 주최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이 도서관은 사상(思想)의 산실이요, 노벨상을 잉태시키는 곳이 되어야 한다.

4. 국내 및 외국의 각급 도서관과 출판사 기타 여러 정보기관과의 자유로운 학문 교류와 학술 연구부가 있어서 도서열람뿐만 아니라 서지학 등 도서관학에 관한 학문적인 연구도 담당하여 국민들에게 책을 읽게끔 독자의 의욕을 개발하는 일도 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학문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고 세계를 보는 눈을 키워주며 국제적 활동을 폭넓게 할 수 있는 도서관을 세우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독서 이야기

사람이 살아가면서 얼마만큼 많은 독서를 했느냐에 따라서 그 인생이 얼마만큼 살찔 수 있는가가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 텔레비전의 범람으로 많은 사람이 독서를 외면하거나 게을리합니다. 그러나 책을 텔레비전으로 대치할 수는 없습니다. 텔레비전은 주로 책을 흥미있는 스토리 위주로 꾸미는 데 그치고 있지, 그 뒷면에 작가의 깊은 생각은 나타내지 못합니다. 텔레비전은 우리에게 신속한 정보를 갖다주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거기에 매달려 있다 보면 그야말로 골빈 속물이 되고 맙니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 되고 마음의 양식은 인생을 키워줍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일을 많이 한 사람이나 돈을 많이 번 사람보다도 더 휼륭한 사람이 됩니다. 책을 많이 읽읍시다. 책을 자주 읽게 되면,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면 책을 읽는 것이 재미가 납니다. 독서에 재미를 붙이게 되면 그 다음부터 독서는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무슨 책을 읽느냐고 많은 사람이 물어봅니다. 처음 독서를 시작할 때는 무엇이든 읽으라고 권해 보고 싶습니다. 많이 읽으면 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차츰 책을 고르게 됩니다. 내가 읽을 책을 선택할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스스로 읽어야 될 책을 찾게 됩니다.

이와 같이 하여 독서습관이 몸에 배게 된다면, 나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로 하는 전문서적 읽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늙어 죽을 때까지 내 직업을 가지고 있는 한 그 직업에 대한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 직업을 조금이라도 더 원만하고 잘 되게 하려면 항상 전문서적을 읽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서적뿐만 아니고 나에게 필요한 마음의 양식을 가져다 주는 책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생각하기에 역사와 철학에 관한 책입니다. 그것은 내가 생각하기에 역사와 철학에 관한 책입니다. 어떤 역사이건 우리 조상들이 살아온 과거를 읽어서 거기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워야 합니다.

역사가 인간이 살아온 모습을 총체적으로 보여 주고 있어서 그 속에서 인간이 쌓아온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면, 철학은 인간의 또 다른 측면을 깊이 있게 파해쳐 주고 있습니다. 즉, 철학은 인간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고 인간의 심성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따라서 나는 교양서적으로 역사책과 철학책을 권장합니다.

우리는 책 속에서 그 책을 쓴 사람을 만납니다. 그 책을 쓴 사람의 말을 듣습니다. 사실 사람이 책 한 권을 쓴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자기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활자화한다는 것은 지극히 중요하고 힘든 일입니다. 그러므로 남이 그렇게 힘들여서 쓴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일인가는 재론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책 속에서 많은 위대한 인간들을 만납니다. 역사책을 읽으면서 역사의 많은 인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게되고, 석가모니를 만나게되고. 소트라테스를 만나게 됩니다. 우리는 책을 통해서 그들과 대화를 하게 됩니다. 그들과 대화를 함으로써 우리는 지금으로부터 수천년 전에 살았던 그 위대한 철인들의 가르침을 얻게 됩니다.

우리는 이러한 많은 책을 읽을 때에 그 책의 활자를 읽는 것이 아니고 그 책 속의 책을 글 속의 글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이 저자가 무엇 때문에 이런 책을 썼으며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를 읽을 줄 알아야만 독서를 할 줄 아는 것입니다. 또한 나는 예술에 관한 책을 읽으라고도 합니다. 그림을 통해서 또는 음악을 들으면서 위대한 예술가들의 사상을 읽읍시다. 그 많은 예술전집들은 엄청난 사살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거기서 아름다움을 얻습니다. 아름다움이란, 착함을 뜻하는 것이요, 그것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반드시 독후감을 써야 합니다. 책 한 권을 읽으면 적어도 이 책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한번 자기의 생각을 정리해 보고 미처 그 책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경우면 다시 한번 그 책을 읽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반드시 책을 읽는 다음에는 독후감을 쓰는 습관을 가집시다. 이것은 계속해서 책을 재미있게 읽기 위한 습관을 기르는 데에도 필요합니다. 독서라는 것은 인생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양식의 하나입니다. 우리의 육체를 기르기 위해서 밥을 먹고 음식을 섭취하는 것 이상으로 독서라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커다란 영양을 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엄청난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교보문고나 여러 서점에 가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이 나라의 장래를 믿게 됩니다. 이 나라의 장래는 아직도 광명이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우리나라가 겪는 혼란과 엄청난 어려움이 하나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많은 책을 읽읍시다. 더욱이 이 나라를 짊어질 젊은이들은 많은 책을 일어야 합니다. 내가 고등학교, 대학교에 다닐 때는 책방이라는 것이 지극히 빈약했습니다. 읽을래야 읽을 책이 없었습니다. 한권도 빼지 않고 다 읽었지만 더 읽을 책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에 가서 읽었습니다. 요즘은 보십시요. 책방에 쌓여 있는 많은 책을! 요즘 젊은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합니까? 그 많은 책을 모두 읽읍시다. 이러한 많은 책이 여러분들을 키워서 더 위대한 한민족을 만들 것이요, 더 보람된 인생을 만들 것을 확신합니다. 다시 한 번 부탁합니다. 많은 책을 읽읍시다.


1971년 5월 29일 한국의학도서관협의회 제4차 정기총회 및 학술대회를 마치고 찍은 기념사진 (장소: 가톨릭의대)

 

1973년 11월 10일 한국의학도서관협의회 제5회 추계학술대회 (가톨릭의대)

 

1973년 4월 14일 한국의학도서관협의회 제6차 정기총회 및 학술대회를 마치고 찍은 기념사진 (장소: 고려의대)

 

한국의학도서관협의회 제8차 총회 1975년 5월 10일 (서울의대)

맨앞줄 윤덕선 이사장의 오른쪽으로 권이혁 서울의대 학장과 김용일 교수(서울의대 도서관장)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