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윤덕선 명예이사장님을 추모하며

 

 한림의대  조 현 찬

근엄하면서도 인자하시던 명예이사장님! 경춘 가도 양지바른 언덕위로 이사장님을 떠나보내신 지 어언 1년이 지났다. 그 때 명예이사장님의 부음 소식에 비통함과 마음 한 언저리에 밀려오는 적막감은 이루 형언할 수 없었으나, 이제 다시금 새로운 출발을 위해 당신께서 남기신 유훈을 되새겨본다. 개인적으로 명예이사장님과 실질적인 관계를 맺게된 것은 학생교육 평가와 관련된 임상교수의 연수교육 때문이었다. 명예이사장님께서 1992년도 의사국시에서 낙방한 학생들에 대한 무책임성을 서면으로 질책하셨을 때 당돌하게도 가장 먼저 '임상교수에 대한 교육'을 제안했다.

이사장님께서는 다음 날 친히 15층방으로 불러 올리시고 제안서대로 실천해 보라는 지시를 하셨다. 250여명의 교수진을 대상으로한 연수교육이어서 경험이 전무한 저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사장님께서는 그 어려움을 먼저 눈치채시고 진행계획부터 실행하기까지 수차례의 조언에 힘입어 연수교육을 성공적으로 끝맺게 되었다. 돌이켜 보건데 연수교육 내용과 시간까지 이사장님께서는 꼼꼼하게 챙겨주신 그 덕택에 교육이 매우 유익했다는 설문서의 평가를 받았고, 계속 학생들에게 쏟은 정성으로 연속 2년간 우리 학생들을 의사국가고시에 전원 합격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1992년말 명예이사장님께서는 오래 전부터 계획하셨던 교수평가제도가 외국에서는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말씀과 함께 우리 의료원도 실무작업에 착수하라는 지시를 하셨다. 타대학과 일반회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업적평가제도를 두달간 검토하고 바로 시행에 들어갔지만 많은 교수들의 부정적인 견해로 1년후에는 잠시 중단된 적은 있으나 지금까지 무리없이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교수평가제도가 최근 많은 대학에서 도입되었지만 이사장님의 굳은 신념에 따라 한림대의료원이 전국에서는 가장 먼저 시도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듬해에는 명예이사장님께서는 부족한 저에게 또다시 기획실장을 맡기시면서 기획실장 직책을 신설하게 된 배경은 의료업무의 다양화와 전문화로 병원장을 보좌하는 위치이며 지시사항과 관계없이 병원발전을 위한 일들을 찾고 만들어 수행하라는 업무지침을 주셨다. 위와 같은 업무를 수행해 오면서 명예이사장께서는 주재하시는 각종 회의에서 기록을 담당케 했는데 당신의 인품과 경영철학을 배울 수 있는 많은 기회를 가졌다. 그간의 기록을 정리하면서 이사장님의 꾸준한 실천력 그리고 큰 바다와 같은 포용력은 이사장님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에 이사장님께서 이룩하려 하셨던 업적 기록 일부를 두서없이 아래에 정리해 본다.

      

    ( 위 내용에 근거하여 한림대의료원의 "교수업적보고 제도", 소위 교수평가제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행되었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교수업적보고서 골간은 위와 같은 내용의 명예이사장 지시사항을 근거로 하여 마련되었다.)

■ 인사사항

일송학원에 대한 경영철학은 직무에 대한 성실성인데 이 색깔을 살려야 한다. 간부직은 자기 희생이 필요하고, 직원들에게는 직장에 재미 붙여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철학을 심어 줘야한다. 독불장군 식의 직원이 많은 곳에서는 개개인은 열심일지라도 단합과 협조가 안되고 남을 비방하는 경우가 많다. 체육대회는 직원들이 단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므로 재단차원에서 관심과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한다.

사람을 키우는 작업과 직원간 화목이 매우 중요하다. 이상적인 직장이란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우대 받는 곳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도와주고, 일 안하는 사람은 도태시킨다는 기본적인 원칙과 화목한 분위기 조성이라는 목적을 살려야 한다. 부서간의 화목과 이해증진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타병원으로의 인력방출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키운 인재들을 공급한다는 자부심을 가지도록 하자. 유능한 인재 확보보다 무능한 사람은 물러나게 하는 일이 더 어렵다. 인력부족 현상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자체인력을 양성 교육하고, 각자 최대한 능력발휘 하도록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병원에 보람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사회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직원 개개인이 병원의 주인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신바람 나는 직장생활을 만들도록 하라"

■ 전공의 수련

전문의고시 실패 원인은 일차적으로 스탶진의 관심부족이며, 전공의의 실력부족과 시험준비 소홀은 이차적인 문제이다. 또한 학회참석이 적은 고로 학술 및 수험 정보부족이란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개선방안으로 ① 전공의수련위원회의 학술적인 업무개발  ② 임상각과에서의 교육지도가 강화  ③ 교실중심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병원홍보

홍보업무의 대상은 환자뿐만 아니라 병원직원, 개원의에게도 적극성을 띄어야 한다. 의료원 차원에서의 홍보업무도 중요하나 병원차원에서의 홍보업무가 더욱 효과적일 수도 있다. 병원회보는 우수한 홍보책자로서 가치가 있고, 친절교육의 매체, 직원의 동질성(identity)을 높일 수 있는 매체수단일 것이다.

■ 행정지원 부문

평소에 철저한 방화 및 대피훈련이 필요하며, 방범과 관련된 경비원 교육은 모든 직원과 환자의 안전과 관련된다. 창고정리 점검은 구체적인 점검실행 여부와 대책에 대한 기록이 총무과에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

구체적 사안이 주어지면 실천방안을 마련하고 반드시 사후점검 과정을 거친다. 특정사안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하면 구체적이고도 실천 가능한 해결방안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또한 수행한 일에 대해서는 점검이나 검토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정사안에 대한 성과는 자기 몫이고, 잘못은 남의 탓으로 돌리는 풍조는 없어져야 한다.

그룹간의 토의를 활성화하는 것은 직종간의 건의사항을 행정에 반영할 수 있는 기회이고, 병원행정 참여기회의 확대한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업무내용이 비슷하거나, 활동이 없는 위원회는 통합해서 활성화하도록 한다. 감사실의 업무방식은 확인후 보고하고, 여러 가지 모순 점을 개선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 진료부문

초인류병원이란 "질적인 내용 면에서 타병원보다 앞서는 병원"이다.  팀활동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개업의와의 유대강화도 매우 중요하다. 진료부-간호부의 협조문제에서 직급상 약자인 간호사는 직업 특성상으로 임상스탶f진이 보호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 교수평가제(활동보고제도)

교직원의 의견수렴을 받아 병원경영에 반영하는 장치가 교수활동보고서이다. 이를 통해 병원발전을 위한 건의를 받고는 있으나 원장이나 의료원장으로 부터의 구체적 반응(feedback)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교수활동보고서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생각된다. 실제 교수평가제를 시도한 대학은 본 한림의료원이 전국에서 처음일 것이다. 교수평가제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교수직의 무자격자에 해당한다.

■ 학생교육

의사국가시험(KMA)은 의사로서의 첫 관문이므로 중요성 인식하고, 철저한 대비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집단 이기주의 경향에 대한 옳지 못한 행동을 지도하겠다는 교수들의 열의나 지도방법이 부족하다. 학생교육에 필요한 시청각자료실과 학습공간을 반드시 마련할 것이며, 교육시설 및 교육재료를 마련했을 경우 이용 안되는 것은 일차적으로 임상각과장 책임이 크다. 병상 수를 줄이더라도 여유 있게 이용할 것이며, 학생실습과 관련된 공간과 시설 확보해 주도록 해야 한다.

■ 병원장 자율권 관련사항

임상교원 채용과 일반직 과장급 이상의 인사, 직원정원은 재단에서 관장하고, 전공의 선발은 의료원에서 관장함으로서 의료계 비리문제 소지를 원천적으로 없앨 수 있다. 기타 모든 직원채용과 승진은 원장권한에 속하지만, "정원 신청후 충원요청"이라는 원칙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각 병원간의 형평성 원칙에 따라 균형을 유지해야하므로, 이에 어긋나는 병원내 자율권 행사는 원칙에 위배된다. 문제 있는 부문은 병원장의 자율권과 관련된 규정을 보완하도록 할 것이다.

병원장 스스로 별다른 권한이 없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면 특정사안에 대해 병원장으로서의 책임회피라는 인상을 직원에게 주게 된다. 따라서 병원장 스스로 노력에 의한 소신행정과 권위제고가 우선되어야 한다.

■ 학술연구활동

국내외 학회참석을 이유로 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하며, 학회참석은 철저히 학회참석이어야 한다. 순수한 학술목적이라면 해외학회 참석을 더욱 연장할 수도 있다.  해외연수자의 자격심사 기준은 연수목적이 뚜렷해야 하고, 의료원 발전에 도움이 되어야 하며, 능력 있는 사람을 선정해야 한다.

■ 친절 질서교육

환자나 방문객에게 친절하다는 인상을 심어 주도록 계속 강조해야 한다. 주차장, 안내 등에서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가장 많이 접하게 된다. 간호부와 행정지원 부서에서도 고객 접대방법에 대한 특별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웃으면서 사람 대하는 예법을 지키도록 해야하며, 일본식 서비스교육이 참고될 수 있다. 질서문화는 부모공경과 같은 가정교육에서 시작되며, 병원 승강기의 안내원에 대한 질서교육도 매우 중요하다. 교양교육은 병원내 사명의식과 환자생명에 대한 존엄성 제고의 기대효과를 가질 수 있도록 제목과 연자 선정하도록 하고 쉬운 것부터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양강좌, 전산교육, 어학교육의 기본 목적은 자체 인력을 양성하고, 모든 직원이 능력발휘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한 강좌를 통해 직원능력 개발해 주고, "의료인의 사명감과 의료윤리"를 강조하도록 한다.

■ 기획실장 제도 신설

기획실장 직책을 신설하게 된 배경은 의료업무의 다양화와 전문화이다. 업무내용은 의료원과 병원발전에 관한 아이디어 뱅크(idea bank) 역할로 1) 합리적인 의사직 인사제도 2)  효율적인 해외 단기, 중장기 연수제도 마련 3)  유능한 스탶 육성방안 3) 병원제도 개선방안 4) 특수클리닉 운영 개선방안 수립에 있다. 또한 진료의 질 평가(quality assurance) 작업, 특수 진료분야에 관한 이사장의 관심사항을 다루고, 병원진료 분야의 홍보와 관련된 제반사항도 기획실장의 책무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지시사항과 관계없이 병원발전을 위한 일들을 찾고 만들어 수행하는 것이다.

                       [큰거인 기고문,  1997년 3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