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시장 개방과 병원경쟁력 강화

 

 

- 중국 및 국내 의료계 실태,  

   한림대의료원의 자세 및 전망 -

 

머릿말

2002년말 한림대의료원 대표단은 중국 산동대학병원(山東大學病院)과 합작을 모색하기 위해 천진(天津)과 산동성 제남시(濟南市)을 방문한 바 있다. 중국의 개방정책과 아울러 생동감은 있었지만 병원 부문에서는 우리보다도 훨씬 낙후되어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3월말 김철중 의학전문기자는 상하이와 싱가폴 의료계를 둘러본 탐방기와 본원 "Mighty Hallym 병원경영자 양성과정"에서 발표한 내용은 또 다른 측면의 중국 의료계 실태를 보여주었다.

본 의료원은 2004년초 컬럼비아(Columbia)와 코넬(Cornell) 의과대학의 부속병원인 뉴욕-프레스비테리안(NewYork-Presbyterian, NYP) 병원의 고위간부진이 내한하여 한림대의료원과의 학술연구 및 인적 교류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9월에는 합동 심포지움을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인데 주제선정, 발표연제 및 세부일정에 관한 제반 사항도 토의하였다. 한편 지난 2002년 11월에는 컬럼비아의대와 학술 및 학생 교류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여, 2003년 2월에 윤대원 이사장을 단장으로한 한림대의료원과 한림의대 간부진이 컬럼비아대학을 방문한 바 있고, 학생 교환방문 프로그램을 실시해 왔다.

이러한 노력들은 향후 국내 의료시장 개방과 관련하여 해외교류협력을 더욱 강화하여 우리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직간접적인 목적과도 부합된다. 따라서 현시점에서의 국외 특히 중국 의료계를 재조명하면서, 한림대의료원의 국제화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지를 재론해 보고자 한다.

중국의료의 현주소

덩샤오핑(鄧小平)이 주창했던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다’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과 함께 ‘부유할 수 있는 사람부터 부유해져라’라는 ‘선부론(先富論)’으로 중국은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동부연안과 서부지역, 도시와 시골간의 빈부격차가 극심하게 나타나면서 현재 중국은 그 폐해를 앓고 있다. 중국이 앓고 있는 빈부차이라는 폐해는 의료부분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현재 직장에서 보험을 부담하는 직장의료보험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소액은 자부담, 많은 비용은 소속기관에서 총괄지급’ 형태로, 피보험자 수를 늘리는 방향이 아니라 정부의 부담을 기업과 고용자가 대신하게 하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민간보험 가입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거의 미미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수준도 과거와 비교하면 커다란 변화의 결과이다. 중국 정부는 1996년부터 의료개혁을 시작했다. 중국의료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사스’를 겪으면서 보건의료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절감한 이후에는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시가 추진하고 있는 상하이 국제의료단지(Shanghai International Medical Zone, SIMZ)는 여의도 면적의 4배에 달하는데 이 곳에는 미국 하버드 의대, 독일 하노버 의대 등 세계 유수의 대학병원들이 유치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것만 보고 중국의료 전체가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상하이는 그야말로 ‘예외’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중국에서 시작되어 전세계를 강타했던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 SARS) 파동이 오히려 중국의료의 현주소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 낙후된 의술, 비위생적 환경, 서비스 부재 등 후진의료의 전형적인 특징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서부 시골에서는 아직도 펜치로 이빨을 뽑는 곳이 있을 정도이다.

의료보험 가입자가 점차 늘고는 있지만 아직 국민 대다수는 제외되어 있고, 그로 인해 병원 문턱이 높은 것이 사스 기승의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지난해의 사스 파동은 중국의 지도자들로 하여금 보건의료 문제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당시 중국에서는 관광객 감소로 인한 피해액만 1,400억위안(21조원)에 이르는 등 치명적인 경제적 손실을 겪었고,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 인프라가 갖추어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다가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도 상하이 엑스포가 보건의료 발전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를 새롭게 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영리법인 허용 통해 의료 수준 높인다

중국 정부가 의료의 발전을 위해 내세운 전략은 바로 영리를 추구할 수 있는 민간병원 확대 및 해외 의료기관 유치이다. 그 동안 비영리병원이자 국영병원 위주였던 중국은 비영리병원인 국영병원과 영리를 추구할 수 있는 민간병원을 분리하는 이원화 체제로 나아가게 된다. 즉, 정부는 비영리병원인 국영병원을 지원하고, 영리병원은 민간투자에 의존한다는 원칙을 확립한 것이다. 따라서 국립병원은 국가가 소유?운영하는 비영리병원으로 저가의 가격통제를 받게 되는 반면, 민간병원은 민간소유로서 영리를 추구할 수 있으며 가격자유화에 따라 고가를 책정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민간병원은 이익의 분배 및 주식시장 상장도 가능하다.

물론 아직까지 영리병원의 수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병상수로 봤을 때 전체 병원급 의료기관의 병상수는 총 311만 병상이나 이 중 비영리 기관은 295만 병상으로 94.9%이며, 영리기관은 8만 병상으로 2.75%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해 10월에 문을 연 행림원(杏林苑)은 북경 최대의 한방병원인 ‘북경중의의원(국영)’이 별도로 설립한 영리성 의료기관이다. 그러나 영리병원으로의 전환은 최근 탄력을 받은 상황이다. 상하이시는 외자유치를 통한 경쟁 유도 정책을 취하면서, 의료기관들의 외자?민간자본?국유자본 유치를 통한 고급병원으로의 전환을 장려하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상하이에 위치한 공립병원 500여개 중 30%가량인 약 150여개 병원이 민간병원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내 의료의 현주소, 그리고 경제특구내 병원, 성공할 수 있을까

세계의 유명 기업들은 규제를 적게 받으면서 세금은 덜 내며 생산성이 높은 곳을 찾아 지구를 누비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현대나 삼성도 같은 이유로 외국으로 공장이나 연구소를 옮기고 있다. 일본은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국외의 공장을 다시 국내에 세우고 있으며 중국은 전세계로부터 유수한 공장과 연구소가 밀려들어오고 있어 특구가 따로 없는 ‘전 중국의 경제특구화’가 추진되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인천을 비롯한 우리나라 여러 곳에 경제특구가 생겨난다고 발표된 지 오래 되었지만, 아직 경제특구가 한 군데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아마도 이런 정도의 추진 속도라면 향후 5년 이내에 제대로 작동하는 경제특구가 생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추측된다. 경제특구 내의 의료기관 설립은 경제특구 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진료를 위하여 필요한 기본시설이다. 따라서 특구 내의 병원은 거주민들만을 진료하면 되는 일이므로 사실 설립의 논리는 아주 간단하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생기지도 않았고 설립돼도 성공여부가 불확실한 한국의 경제특구에 어느 외국의료기관이 자기 자본을 투자해서 병원을 설립, 운영하겠느냐는 데 있다. 현실적으로 특구 내에 외국의료기관을 유치하려면 정부가 시설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하고 경영손실을 보충해 주거나 내국인 또는 국내거주 외국인의 진료를 허용해야지만 일부 가능할 것이다.

대부분의 국내거주 외국인들은 특별히 큰 일이 아니라면 근무지 근처의 대학병원에서 진료 받기를 원하고 있다. 그들은 진료시 언어로 인한 의사소통의 문제보다는 국내 대학병원이 외국인을 위한 진료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불편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의료보험환자 위주로 꾸며진 진료시스템은 그들에게 불편해서 이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짧은 진료시간과 거친 서비스, 차별화되지 않은 병실운영 등으로 설사 돈을 더 낸다고 해도 서비스가 그 값어치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외국으로 나가는 환자들이 공통으로 토로하는 불편함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점을 타개하기 위하여 제 3의 방법이 의논되고 있는 모양이다. 즉 국내 유명병원이 특구 내에 병원을 설립하고 외국 유명병원과 진료협진을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또한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고 생각된다. 특구의 설립이 불투명한 상황에 투자를 할 병원을 찾기도 쉽지 않겠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교통여건상 경제력이 있다는 VIP 환자 중 서울서 인천까지 진료를 받으러 갈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국내의 대학병원에 비해 진료능력에서 큰 차이가 없는 특구 내 병원에 가기 위해 하루 종일을 소비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 것인가.

 

맺는말

한림대의료원 중국대표단 5명은 지난 2002년 11월 중국 산동대학(山東大學)병원과 합작을 모색하기 위해 천진과 산동성 제남시(濟南市)을 방문한 바 있다. 중국의 개방정책과 아울러 생동감은 있었지만 병원 부문에서는 우리보다도 훨씬 낙후되어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3월말 김철중 의학전문기자는 상하이와 싱가폴 의료계를 둘러본 탐방기와 본원 "Mighty Hallym 병원경영자 양성과정"에서 발표한 내용에서는 또 다른 측면에서의 중국 의료계 실태를 보여주었다.

오는 5월중에는 한림대학 방문단과 함께 상하이시의 푸단대학 의과대학과 부속병원을 방문하여 관계자들과 협약관련 토의가 진행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한림대의료원이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들과의 협력관계에 앞서 내부적인 역량을 키우는데 끊임없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200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