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정보통신 6개월을 회고하면서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조 현 찬


 한림대의료원 사내통신망(CUG) 운영자

지난 해에는 병원보직 관계로 병원생활의 대부분을 병원행정 업무에 허비하게 되었고, 임상병리학의 발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게 지낸 한해였다. 그래서 올해는 병원에 최소한의 봉사만하고 임상병리학회나 혈액학회, 그리고 학술활동에 도움되는 학술집담회는 어디든지 뛰어다니겠다는 신년계획을 세워 보았다. 연초 병원간부진이 바뀌면서 신년계획이 약간은 삐뚤어졌지만 결심을 실천하기 위해 첫달부터 학술집담회에 참석했고, 평일은 저녁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의사직업과 무관한 외부 모임은 잘도 피해 다녔다.

이러한 결심은 지난 2월 한림대의료원 정보통신망을 하이텔에 개설하면서부터 더욱 빗나가기 시작했다. 국내의료계에서는 처음으로 개설했다는 사내통신망(CUG)인 지라 여러 직원들이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인지 매일 통신망을 들락거리는 신세와 함께 자연히 운영자 구실도 겸하게 되었다. 많은 직원들을 참여시켜 정보통신망을 활성화시키라는 임무도 주어졌기 때문에 그 만큼 할애해야 할 시간이 늘어났다.

사내통신망이 무엇인지를 전혀 몰랐던 상태에서 운영에 덤벼들었고, 충분한 기대효과를 얻지 못하여, 한림대통신망 개설은 실패작이라는 의견이 있었으나, 개인적으로는 정보통신의 재미를 터득했고, 멀티미디어가 무엇인지를 배웠으며, 책 한권 정도는 거뜬히 만들 수 있는 분량의 글도 써보았다. 고교생 딸애가 수업시간에 깨워도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잠이 많아 <깡수정>이란 별명을 가졌다는 것도 하이텔 통신망에서 우연히 발견했고, 딸애를 좋아하는 남자친구의 이름도 찾아냈다. 이 시점부터는 직장에서도 매일매일 학교생활을 감시할 수도 있게 되었고...(딸은 모르고 있을 것임.)

 대한임상병리학회와 대한의사협회 정보통신망

대한임상병리학회 정보통신망에도 들락거리다가 그냥 나오기가 아쉬워 많은 글들을 올렸는데 컴퓨터 자판기를 만진지 5년만에 컴퓨터도사라는 눈먼(?) 동료의 찬사도 받았다. 또한 지난 해 대한임상병리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자동화기기의 전산 연결방법에 대한 워크샵이 있었는데, 통신망 연결방법과 똑같기 때문에 아주 쉽다는 A강사의 말과, 잘 알아듣는 척하던 청중들의 표정이 대부분 허구였다는 사실을 1년 뒤에야 알게 되었다.

대한의사협회 정보통신망 (KMAIN CUG)은 이것저것 주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 자주 드나들게 되었는데, 지난 달에는 수천명의 의협통신망 이용자중 조현찬(CHOHC)의 이용율이 전국 32위 (임상병리 전문의 중에서는 1위)라는 통보와 함께 축하인사도 받았다. 지금은 PC의 단편적인 지식과 인터넷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매일 KMAIN CUG에 들른다.

 정보통신망을 통해서

병원내 근거리통신망(LAN)을 이용한 전자우편(E-mail)은 하이텔 통신망보다 훨씬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난 1개월 동안은 하이텔의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직원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하이텔 이용경험을 살려 병원게시판에도 병원직원중 가장 많은 글들을 올리고 있으며, 가장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일들을 계기로 해서 병원내 90여명의 임상교수중 자칭 컴퓨터 다루는데는 자신있다는 사람 7명이 모여 “Advanced PC User Group"이란 모임을 구성했다. 많은 직원들이 부러워하는 PC연구회의 특성을 갖추어가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컴퓨터 학습에 매주 한 두시간씩 할애할 만큼 애착을 가지고 있다.

 강동성심병원에는 처방전달시스템(OCS) 도입

병원에서는 오랫동안 병원진료업무의 전산화 작업을 진행해 왔는데 지난 6월초에는 외래부터 전격적인 처방전달시스템 (OCS)를 도입했다. 임상병리과에서는 몇차례의 사전교육만으로 컴퓨터 지시에 의해 검사의뢰를 받고, 검사체취, 검사, 결과보고하는 시스템을 바로 도입하다 보니 많은 문제점이 발생해서 몇 년간 당했던 수모보다도 더 많은 욕도 먹었다. 다음달 초에는 전병동과 모든 관리부서에서도 처방전달시스템에 동참해야 하는데, 생각만하면 끔찍해진다는 말에 누가 동의할 것인가?

위와 같이 보낸 컴퓨터 정보통신과 병원전산화의 반년 생활은 시간에 쫒겨가면서 무던히도 분주했던 나날이었다. 밤늦은 퇴근시간이며, 주말에 가족과도 떨어져 혼자 보내는 시간도 예년보다 많아졌다. 오늘은 불가피한 병원일로 밤잠을 설쳤고 몇시간 후면 동녘이 밝아오는데 견딜 수 있는 그 힘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1995년 6월26일 서울의대 검사의학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