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혈액학 발전사

 

 

- 김기홍 교수 20 주기 추모 심포지엄 -

   Advances in Laboratory Medicine

한림의대  조현찬

진단혈액학(diagnostic hematology) 또는 검사혈액학(laboratory hematology)은 각종 혈액질환의 진단검사를 다루는 학문으로 혈액학 분야의 핵심적인 영역이다. 따라서 검사의학 전문의(clinical pathologist, laboratory physician), 구체적으로 말해서 진단혈액 전문의(laboratory hematologist)는 혈액분석 장비를 통해서 나오는 검사결과와 현미경을 통하여 관찰되는 데이터를 가지고 임상의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의 진료를 의논하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최근 의학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국내 진단혈액학 영역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과 검사기법이 출현하고 보완되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최근 20년간 국내 진단혈액학 역사를 재조명 하고 우리들이 나아갈 방향을 재조명해 보는 것도 그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이다. 국내 진단혈액학 발전사를 살펴보면 1980년대 초에는 임상병리학 전문의라면 오늘날과는 달리 진단혈액학 검사업무에 종사하면서 다른 검사부문을 부전공으로 공부하고 검사업무에 참여하였다. 따라서 오늘날과 같이 실질적인 부전공 부문의 개념 정립과 실무에 종사하게 된 것은 20여년 정도의 짧은 발전사라고 할 수 있겠다.

진단검사의학 속에서 진단혈액학의 발전

1980년 중반까지 임상병리학 전문의와 전공의들이 가장 많이 활용했던 Bauer 교과서에 의하면 혈액학 부분이 제일 앞쪽을 차지하고, Coulter Model S와 Ssr이 보편적인 혈구분석 장비로 소개하고 있다. 이 장비들은 혈소판 수 측정을 제외한 7개 항목의 혈액검사 결과만 얻을 수 있었는데, 뒤이어 Coulter Model S880이 출현하여 혈소판 측정이 동일기기에서 자동 측정되었고 CBC 개념도 새롭게 정립되었다. 오늘날에는 전세계적으로 매우 다양한 형태의 자동혈구분석기가 나와 있지만 국내 대형병원에서는 Sysmex XE-2100, Bayer ADVIA 120, Beckman Coulter LH 750 등이 많이 보급되어 있고, 최근에는 Abbott Cell-Dyn Sapphire, Horriba ABX사의 Pentra 120 기종들이 출시되었다. 이들 최신장비들은 측정 혈구의 파라미터와 함께 모두 망상적혈구를 다양하게 측정할 수 있고, 슬라이드 제작과 염색까지도 자동화로 연결 시킬 수 있다.

1980년 초에는 가장 보편적인 교과서는 Bauer's Clinical Laboratory Methods였는데 이 교과서는 1982년 마지막으로 절판 되었고, 100년의 전통을 가진 Henry's Clinical Diagnosis and Management by Laboratory Methods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1996년도에 발간된 이 책에서는 처음으로 Molecular Pathology라는 단원이 새로 등장하면서 유전질환, 혈액종양뿐만 아니라 감염질환에 대한 분자진단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검사분야에서 분자진단이 검사수단으로 활용되어 5년마다 이루어지는 최근 개정판에서는 소홀히 취급하였던 분자세포유전학이 추가되면서, 혈액질환에서 이들 검사영역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진단혈액학 분야는 통상적으로 일반혈액검사(CBC), 골수검사, 혈소판항체 및 백혈병 표지자를 위한 유세포 분석검사, 그리고 일반 및 특수 혈액응고 검사를 포함하고 있다. 최근 발간된 Henry's Clinical Diagnosis and Management by Laboratory Methods 교과서에서는 혈구를 다루는 수혈의학 검사도 진단혈액학 검사에 포함되고, 급속하게 발전하는 지혈과 혈전 관련 검사는 단원을 독립하여 다루고 있다. 앞으로 혈액종양에서 주로 활용되는 세포유전 및 분자유전 검사도 그 내용의 특성상 혈액학적 검사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백혈병의 5년 생존율이 50-80%로 향상되었는데 이는 치료약제의 꾸준한 개발에 힘입은 바 크지만 질병진단 수단과 방법의 발달을 절대 간과할 수가 없다. 1976년 급성백혈병의 FAB 분류법이 제창된 후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되어 왔다.20년전에는 백혈병세포의 형태와 세포화학적 소견을 기초로 하여 백혈병 진단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면역표현형 검사의 발전으로 1980년 후반에는 임상적으로 보다 의의가 있는 ALL의 면역학적 분류법이 나왔고, 세포유전학과 분자유전학의 발달에 힘입어 이들 검사소견을 접목시킨 WHO검사법이 2000년대 초반부터 많은 공감을 얻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일부 대학병원에서 1970년대 말부터 CML 환자에서 필라델피아 염색체 유무를 검사해 왔지만, 혈액종양 세포유전학적 검사결과가 실제 임상에 보편적으로 적용된 것은 1990년 이후이다. 혈액종양 세포유전학은 혈액학적 지식을 갖고 염색체분석이 이루어져야만 보다 정확한 검사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당연한 이치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염색체검사 및 형광동소교잡반응검사 (fluorescence in-situ hybridization; FISH)를 위한 자동핵형분석기가 1990년대 초에 국내에도 도입되면서 대학병원 단위에서 염색체검사를 활성화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임상에서의 분자진단유전학도 진단검사의학 전문의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다. 특히1977년에 발족한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의 진단유전분과가 신설되면서 정도관리 측면에서도 큰 진전을 보았다.

국내 혈액학 관련 학회에서 활동

50년 역사의 대한혈액학회, 1992년에 발족한 대한수혈학회와 10년 역사를 가진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소아종양혈액학회 및 대한혈전지혈학회 등에서 진단검사의학 전문의들이 크게 초창기부터 크게 기여했던 바 향후 진단혈액학 전문의들의 지속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2001년에 발족한 진단혈액연구회는 진단검사의학 전문의뿐만 아니라 각 병원의 혈액검사실 실무자들도 참여하는 조직으로 진단혈액학의 발전에 촉매제가 되고 있다. 그 동안 동절기에 5차례의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하였는데 이들 심포지엄에서 는 일반혈액검사실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다루어져서 많은 회원들에게 호응을 받았다. 2002년 연구회가 발족될 당시에는 말초혈액 림프구의 다양한 형태, 적혈구 형태와 질환과의 관계, 백혈구 감별계산에서 어려운 점에 관해서 증례 중심의 워크샵이 있었고, 각종 체액세포의 형태에 관한 주제도 포함하였다. 2003년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자동혈구측정기 즉 Sysmex XE-2100, Bayer ADVIA 120, Beckman-Coulter LH 750, Abbott Celldyne 4000 등 4종의 특장점과 정도관리를 다루었다. 혈액응고검사의 NCCLS 가이드라인, 정도관리 및 Sysmex CA7000와 Stago STA기기 사용경험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

2004년에는 진단혈액검사의 자동화로 백혈구감별계산, 망상적혈구수 측정, ESR 자동분석기, 및 자동혈구계산기를 이용한 뇌척수액 세포수 계산 및 말초혈액 도말표본 제작에 관한 내용이었다. 또한 악성혈액질환의 WHO 분류법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2005년에는 혈액응고검사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국내에서 사용되는 주요 PT와APTT 시약 비교에 참석자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2006년에는 혈액종양의 분자진단 방법들을 총정리하는 시간과 새로 나온 자동혈구분석장비를 소개하였다. 토한 처음으로 혈액종양의 면역표현형검사에 대한 패널토의를 마련하여 열띤 토론의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진단혈액학의 세계화를 위해서 오는 2008년에는 서울에서 국제진단혈액학회 (International Society for Laboratory Hematology, ISLH) 학술심포지엄이 개최될 예정이다. 약 500명의 진단혈액학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국제학술대회인지라 검사혈액학과 관련한 각종 학술정보를 교환하고, 진단혈액학 분야의 최신 연구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06년 9월20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추계 학술대회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