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반격

  

 

인도네시아의 지진과 해일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05년 1월 1일 현재 15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앞으로 더 정확한 통계가 나오면 사망자 수가 5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피해 지역이 더운 지방이어서 전염병이라도 창궐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더 희생될지 알 수 없다고도 한다. 처참하게 파괴된 가옥들, 가족을 잃고 울부짖는 사람들, 길가에 쌓여있는 시체더미들을 보노라면 지옥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자연의 위력 앞에는 인간이 얼마나 왜소한 존재인가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 것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나는 자연과 인간에 대하여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간도 따지고 보면 자연의 일부가 아닌가? 자연계의 수많은 생명체 중의 하나에 불과한 것이 인간이다.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는 생성과 소멸의 순환과정을 거친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도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생·노·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이 그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병들거나 늙어서 죽는다. 이것이 자연의 순환과정이고 자연의 자기 정화능력(淨化能力)이다. 이러한 정화능력에 의한 순환과정에 따라서 낡은 것은 소멸하고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데 이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이 자연의 섭리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발달한 과학 기술을 무기로 하여 자연을 정복하고자 했던 것이다. 인간은 자연의 질서를 따르지 않고 자연을 개조하려는 야심적인 계획을 세웠다. 그 결과 인간은 실로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교통과 통신수단의 발달로 지구가 좁혀졌으며 각종 기계의 발명으로 인간의 생활은 더없이 편리해졌다. 겨울에도 춥지 않게 지낼 수 있고 여름에도 시원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여러 가지 의약품의 개발로 인한 질병의 퇴치는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켰고 노화(老化)의 속도를 더디게 했다. 어디 그뿐인가, 먹거리도 풍성해져서 사계절 식품을 언제 어디서고 사서 먹을 수 있다.

이 모든 편안함과 풍성함은 자연을 정복하고 개조한 대가로 얻어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의 역사는 자연을 정복한 역사라고도 말할 수 있다. 실로 인간은 이 지구상에서 위대한 정복자로 군림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정복의 무기는 기술이었다. 기술은 독자적인 법칙과 원리에 의하여 무한히 발전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기술은 인간이 만들었지만 일단 만들어진 기술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앞으로만 나아간다. 기술은 결코 후퇴하는 법이 없다. 이렇게 발달한 기술력을 과신(過信)한 인간은 드디어 자연의 순환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오만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정복당하기만 하던 자연이 반격을 시작하고 있다. 남극대륙의 빙하가 녹고 지구의 오존층이 엷어진다고 한다. 여름에 때 아닌 한파가 몰아치고 여름 같은 겨울날씨가 계속되는 등의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인간이 자초(自招)한 재앙이고 인간에 대한 자연의 앙갚음이다.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인간 행동의 부산물인 각종 공해물질이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이 보다 더 가공할 재앙은 세균들의 역공(逆攻)이다. 의학자들은 인간의 기술로 다스릴 수 없는 ‘슈퍼 박테리아’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에이즈, 조류독감, 광우병 등이 기세등등하게 인간을 공격하고 있다. 생각해 보라. 풀만 먹고 사는 소에게 동물의 뼈를 갈아서 먹였으니 그 소가 정상적일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 소의 고기를 먹는 인간인들 어찌 무사할 수 있겠는가? 마당에서 뛰놀며 모이를 쪼아 먹는 것이 닭의 본성인데, 움직일 수도 없는 닭장에 가두어 ‘알 낳는 기계’로 만들었으니 한 마리가 병에 걸리면 수천, 수만 마리가 한꺼번에 떼죽음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자기들을 ‘알 낳는 기계’로 만든 보복으로 인간들에게도 그 병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욕망을 줄이고 자연의 질서 받아들여야>

여름철에 나는 딸기를 겨울에도 먹고 싶어 하고, 늙어가는 것을 자연의 질서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병에 걸려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오만함이 드디어 인간 배아 복제를 시도하는 등 신(神)의 영역에 속하는 일에까지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을 앞세운 인간의 도전이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든다. 생활을 편리하게 하기 위하여 만든 여러 가지 도구가 도리어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가 하면 그 부작용으로 지구의 생태계가 서서히 파괴되고 있다. 물고기가 살 수 없고 풀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서는 결국 인간도 살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기술 이전의 시대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기술은 자기 발전의 법칙에 따라 계속 발전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간의 욕망을 줄이고 자연의 질서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자연과 공존하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엄청난 자연의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남아시아의 지진과 해일에서 보았듯이 자연은 인간의 기술력을 뛰어넘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지진과 해일은 인간도 결국은 한줌 흙으로 돌아간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에게 다시금 일깨워준 사건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