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을 그리워하며
 

경남 남해섬의 서쪽을 향한 언덕위 붉은 노을. 금빛 바람 맞으며 철없이 뛰어놀던 저는 놀기에 지쳤는지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희끗희끗한 오십대의 중년이 되었고, 철없는 아이들의 아이들이 금빛바람을 맞으며 자리를 대신하였습니다.

아버님. 오십이 넘어도 철이 없기는 지금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육남매의 등록금 고지서가 쌓일 때마다 밤을 하얗게 지세우며 고생하시던 그 고마움을, 그래도 부족함이 많았던 며느리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당신의 속마음을 왜 이직껏 느끼지 못했던가 오늘에서야 후회하고 있습니다. 행여 장례절차에 차질을 빚을까 흘리지 못했던 눈물과 효도를 다하지 못한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바쁘신 중에도 문상을 오셨던 친지분들과 친우들, 병원과 대학에 계신 지인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올렸습니다. 주위분들의 커다란 도움으로 모든 장례절차가 무리없이 마무리된 듯하여 감사하기만 할 뿐입니다.

형제들은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모든 일이 예전의 일상으로 복귀되고 있어 행여 아버님에 대한 흔적과 기억들이 하나 둘씩 차츰차츰 지워지는 것 같아 속절도 없이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고 서운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가족들의 가슴속에는 아버님의 빈자리가 여전히 커다란 동굴처럼 남아있고, 그 커다란 공동이 메워지려면 아마도 살아왔던 시간만큼의 세월이 흘러야 되겠지요.

아버님. 가시는 길 외롭고 심심하실까봐 쓰시던 물품이라도 넣어드리려 했지만 오히려 무거운 짐되고 번거러울 것 같아서 넣지 않았습니다. 제 아버님 상사시에 많은 도움을 주셨던 직원들, 일상사에 바쁘시면서 잊지 않고 찾아주신 선후배님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엎드려서 예를 올립니다.

2002년 10월17일

불효자  조현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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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도 떠나보내고
 

가장 가까웠던 혈육의 현진형. 2년 동안의 병마에도 별다른 내색하지 않고, 혼자 역경을 이겨가고자 끝까지 노력하셨던 형. 동생으로서 도움이 되지 못하고 끝까지 도리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병상에서 쇠약한 몸으로 고통을 이겨가면서 오히려 가족들을 안심시키고자 노력하시던 그 모습.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도 저희들을 알아보시고 평안하셨던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형님의 후덕을 느꼈습니다. 형님이 그리워질 때면 머무시는 그 곳을 자주 찾아뵈올까 합니다. 부디 편안히 참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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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 형을 보내는 마음 아팠으리라, 충분히. 특히 작년 아버님 보내고 이번에 다시 형까지 보내게 되어 더 그럴테지. 형 부음 받고, 옛날 현진 형과의 여러 만남들이 떠올랐네.  자네 집에서 형과 주고 받던 여러 토론들, 고3 때던가 부산대학 근처 형의 하숙집에서 술 마시던 일, 결혼 후 자네 부부와 형 부부가 함께 가졌던 남해 첫 걸음 자리, 88년인가 89년인가 수출일에 종사할 때 대구역 근처에서 삼겹살 안주삼아 소주 마시던 일 등등, 평소에 전혀 생각나지 않던 과거의 즐거웠던 기억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막 떠오르더군. 

친형이 없던 나로서는 형이 있는 자네가 간혹 부러웠지. 그게 지금 생각하면 현진 형의 그 후덕해 보이던 말씨며 행동이 '형으로서의' 넉넉한 이미지를 내게 심어 놓은 탓이었지 싶네. 사실 문상 가서 조카 손이라도 한번 잡아 주고 싶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못 갔네. 조카들에게 이러저러한 삼촌 친구이자 아버지 후배의 아쉽고도 쓸쓸한 마음 대신 전해 주게. 힘 내라고...  [2003년  9월 22일  정수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