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금산 기행

  

   남해섬 기행

이름이 비단산(錦山)이다. 바깥에서 보면 이유를 알 수 없다. 유난히 바위가 많아 비단이라기 보다는 거친 마(麻)가 더 어울릴 듯하다. 산자락에 들어 한참 오르다 보면 비로소 짐작이 간다. 가깝게 다가가 바라보는 바위 덩어리들의 조화가 범상치 않다. 고운 비단에 힘찬 수를 놓은 듯 화려하고 아름답게 출렁인다.

경남 남해도(남해군)의 금산(해발 681㎙)은 산의 규모에 비해 꽤 유명하다. 9부 능선에 자리한 기도 도량 보리암 덕분이다. 보리암은 강화 보문사(서해), 양양 낙산사 홍련암(동해)과 더불어 3대 기도터로 꼽힌다. 그래서 계곡을 따라 찻길을 냈다. 그러나 차를 타고 오르는 산행으로는 금산의 전부를 보지 못한다. 어렴풋하게 그 윤곽만 더듬을 뿐이다.

비단결에 푹 빠지려면 직접 발로 올라야 한다. 왕복 4.6㎞에 산행시간 3시간. 천천히 여유를 갖고 돌아보아도 4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산행의 출발지는 상주해수욕장인근의 상주 매표소. 완만한 돌길로 시작된다. 약 20분 거리의 돌길은 산행을 준비하는 워밍 업 코스로 제격이다. 돌길이 끝나면 돌계단이다. 조금 가파르지만 힘들지는 않다.

약 40여 분 땀을 흘리다 보면 기이한 모습의 바위에 닿는다. 쌍홍문(雙虹門)이다. 커다란 바위에 두개골의 눈 구멍 같은 두 개의 굴이 나 있다. 그 굴이 둥근 모양이어서 ‘한 쌍의 무지개’라는 이름을 얻었다. 여기서부터 서서히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이 시작된다. 등산로는 왼쪽 구멍속으로 나 있다. 굴 속에 들어 뒤로 돌면 다도해의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온다. 멀리 상주해수욕장의 쪽빛 바닷물이 반짝이고 크고 작은 섬들이 그림처럼 떠 있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나아가는 고깃배들의 모습이 꿈결 같다.

쌍홍문에서 길이 갈라진다. 오른쪽은 보리암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길이고, 왼쪽은 상사바위에 이르는 등산로이다. 보리암을 거쳐 정상에 올랐다가 능선을 타고 상사바위를 거쳐 왼쪽길로 내려 오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이다.

약 5분을 더 오르면 보리암이다. 원효대사가 지었다는 보리암은 원래 이름이 보광사였고 산 이름도 보광산이었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보리암에서 100여㎙ 떨어진 바위에서 기도를 드리고 세상을 얻자 산 전체를 비단으로 덮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산만큼 큰 비단을 얻을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이름으로 산을 덮었다. 이후 현종이 왕실의 원당으로 삼고자 절 이름을 보리암으로 바꾸었다. 크기는 작지만 위엄있는 삼층석탑과 바다를 응시하는 해수관음상이 이 곳의 명물이다.

보리암을 빠져 나와 대나무가 빽빽한 산길을 약 10분 정도 오르면 산 정상이다. 정상에 고려시대에 축조된 봉수대(일명 망대)가 있다. 망대에 서면 동서남북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이 맑으면 지리산 자락까지 바라볼 수 있다. 부지런을 떤다면 망대에서 일출을 만날 수 있다. 남쪽 바다의 일출은 동해바다의 그것과 분위기가 다르다. 수평선이 아니라 섬의 뒤에서 해가 떠오른다. 망대에서 금산산장을 거쳐 상사바위까지는 약 20분 거리. 금산의 서쪽 끝인 상사바위는 바다 건너 여수쪽의 해안선을 잘 볼 수 있는 곳. 돌산도, 금오도 등이 까마득하게 펼쳐진다. 상사바위는 평평하고 넓다. 수십 명이 누워도 남는다. 편안하게 허리와 다리를 펴고 쉬기에 안성맞춤이다.

200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