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와 국가산업이 공존하는 싱가포르 의료시스템

한림대학교의료원 싱가포르 병원연수 및 문화탐방

(동영상 재생시간: 10분)

 

한림대의료원에서 동탄신도시 첨단병원 설립에 따른 전략모색과 조직 내 새바람을 불어넣고자 지난 8월말에 의욕적으로 실시한 해외 선진병원 벤치마킹에 연수방문팀에 참가하여 싱가포르의 대표적 병원 KK 여성아동병원, 싱가포르종합병원, 래플즈병원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첫 방문병원이었던 KK 여성아동병원(KK Women's & Children's Hospital)은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특수병원인데 2개 그룹으로 분할운영되는 싱가포르 공공의료 클러스터 중 NHG (National Health Group)가 입주해 있는 대표적 의료기관이었다.

섬나라인 싱가포르는 섬을 서쪽과 동쪽 진료전달체계로 묶어 NHG와 Singhealth 2개의 클러스터로 묶어 경쟁시킴으로써 스스로 최대한의 경영효율성을 이끌어내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단위병원 KK 병원만의 브리핑이 아닌 NHG, Singhealth 등 2개의 공공의료 클러스터 개념이나 메디세이브 등 싱가포르의 의료제도 전반에 대한 브리핑까지 소개을 받을 수 있었다.  싱가포르의 독특한 의료제도를 먼저 약술하자면 싱가포르는 "건강은 개인의 습관과 관리 또한 중요하므로 의료복지는 국가만의 책임이어서는 안된다"는 독특한 의료철학으로 미국이나 우리나라 등 의료재정으로 고민하는 나라들이 도입을 검토했던 의료저축계정(Medical Saving Accounts, MSA) 의료보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흔히 메디세이브라 불리는 이 제도는 의료재정에 개인의 책임과 저축의 개념을 접목한 것으로 소득이 있는 국민은 누구나 연령에 따라 6~8%를 적립해 필요시 개인의료비로 사용한다. 의료재정안정화를 위해 기본적으로 입원이상의 중증질환에만 사용이 가능하며 메디세이브를 넘어서거나 소득이 없는 생활보호층을 위해서는 메디쉴드와 메디펀드를 2중, 3중으로 구축해 기초의료보장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건강에 대한 개인책임이라는 독특한 의료철학과 그를 토대로 한 의료재정 운영, 그리고 기본적인 의료보장과 달리 시장논리와 경제능력에 따른 고급의료 제공은 차별이 아닌 당연한 차등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는 공공의료와 민간의료가 상호보완적으로 존재할 수 있게 했으며 나아가 의료산업을 관광, 금융, 중계무역의 중심지라는 국가특성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아시아의 의료허브로 성장케 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의료제도가 일방적으로 이러한 사회주의식 통제와 관리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는 앞서 언급한 효율적인 공공의료 시스템을 기반으로 주식회사형 민간병원을 허용해 의료산업의 첨병으로 육성하고 있다. 대표적인 병원이 한국인 샴쌍동이 분리수술로 국내에도 유명한 래플즈 병원이다. 래플즈 병원은 호텔식 객실서비스, 식당서비스, 그리고 첨단의료장비 및 진료지원 업무를 의료진에게 제공해 유명한 클리닉을 백화점처럼 입점시킨 병원이었다.  

이처럼 싱가포르 민간병원은 클리닉 임대료, 프랜차이즈 수익, 그리고 환자들의 이용료와 주식 등 막대한 수익을 통해 국내 경쟁력을 갖추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토대로 인근 해외까지 국제마케팅을 펼치는 등 국가 기간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싱가포르 벤치마킹 기간 동안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호텔수준의 병원시설이나 친절한 직원들이 아니었다. 싱가포르 정부의 합리적이고 꾸준한 의료정책과 지원, 의료계의 내부효율성 극대화, 그리고 국민들의 합리적 분담과 의료소비가 맞물린 싱가포르만의 합리적이고도 경쟁력있는 의료시스템이었다.

결국 이런 시스템이 있기에 수준높은 서비스, 친절한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것이라 생각된다. 척박한 자연조건과 4개 인종과 종교가 뒤섞인 가난한 섬나라였던 싱가포르가 효율성과 능력을 최고의 선(善)과 가치로 오늘날과 같은 시스템과 번영을 이뤄낸 것은 리콴유라는 탁월한 지도자와 변화하지 않으면 모두 공멸하고 만다는 위기의식과 변화에 따른 고통분담과 과도기적 혼돈을 전국민이 합의하고 수용해온 결과라고 생각됐다.

오늘날 한국의 의료계와 의료종사자 또한 아니 정부와 일반국민들까지도 싱가포르 도처에서 볼 수 있었던 "Get the most out of us!"(우리의 최대역량을 이끌어내자!)라는 혼연일체의 효율성과 "What you can not measure you can not manage"(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라는 객관타당한 측정의 방법론, 그리고 사회주의와 시장논리가 양립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차별이 아닌 차등의 수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2006년 8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