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한가위와 차례상  

 

 

제사는 지방(紙榜)을 마련하는 일부터 시작

   "顯祖考 學生府君 神位"와 "顯祖 孺人 金海金氏 神位"

추석이 다가오면 매년 시골의 부모님과 산소를 둘러보는 일이 상사였으나 수년 전부터는 귀향하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고, 올해에도 추석연휴가 나흘간이나 계속되었는데도 여차한 이유로 서울에 머물게 되었다. 부모님께 미안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제사에 참가하지 못하는 점이다. 어릴 적부터 증조부모 및 조부모의 제사를 지내는 일이 가정사의 가장 큰 행사인데 한번이라도 빠지게 됨은 조상에게 큰 죄라도 짓는다는 인식이었다.

기제사나 차례를 지낼 때 오래 전부터 지방(紙榜)을 쓰고 제사상 차리는 일을 해왔는데, 제사 음식준비에 참가한 것은 대여섯 살부터였고 본격적인 제주로서의 구실은 대학생 때부터로 기억된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일찍 돌아가신 조부는 사진을 남겨놓지 않아  "顯祖考 學生府君 神位"와 "顯祖 孺人 金海金氏 神位"라는 글로 지방을 마련하는 일부터 시작하였다. 참고로 벼슬을 했다면 "顯祖考 某官府君 神位"라 쓰고, 學生이라 함은 벼슬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조부모를 합설(合設)하므로 고위(考位)를 서쪽, 비위(位)를 동쪽에 모셨다.

어동육서(魚東肉西) 두동미서(頭東尾西)

    좌포우혜(左胞右醯) 홍동백서(紅東白西)

통상 며느리들이 제사상 준비하는데 이틀 전부터 음식준비에 들어간다. 따라서 내가 결혼하기 전에는 모친이 담당했지만 그리고 결혼 후에는 처와 동서들의 몫이였다. 고전적인 방법에 따라 다섯 열로 음식을 올리는데 제일 앞쪽부터 송편을 놓고, 2열에는 삼적(三炙)이라 하여 육적(肉炙, 구운고기), 소적(두부 부친 것), 어적(생선구운 것) 및 전(기름에 부친 것)을 올린다. 배열위치는 어동육서(魚東肉西)로 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으로 두되 두동미서(頭東尾西), 즉 생선머리는 동쪽으로 향하게 한다. 셋째줄에는 육탕(고기탕), 어탕(생선탕), 소탕(채소탕) 등 3탕을 진설하는게 원칙이지만 한두가지는 생략하곤 했다.

이러한 제사상 차리는 진설법은 지방과 가문에 따라 다르며 옛 학자들의 주장도 한결 같지 않다. 제사음식의 종류에 따라 당연히 변경될 수도 있지만 각 열은 통일성이 유지되게 지키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했다. 제상진설의 기본원칙은 위에 열거한 내용 외에 좌서우동(左西右東)이란 것은 신위를 어느 쪽에 모셨든 영위를 모신 쪽이 북(北)이되고 영위를 향해서 우측이 동(東)이며 좌측이 서(西)란 뜻이다. 이서위상(以西爲上)이란 뜻은 신위를 향해서 좌측이 항상 상위가 된다. 남좌여우(男左女右)라 하여 남자는 좌측 여자는 우측에 모시는 것이 원칙이다. 지방을 붙일 때 考位(아버지)를 왼편 즉 서쪽에 붙이는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4열은 포와 식혜를 놓는데 좌포우혜(左胞右醯)라하여 왼쪽에 포, 오른쪽에 식혜를 진설한다. 그 사이에 고사리, 도라지 겨울에는 시금치 등 3색 나물과 간장, 나박김치를 놓는다. 제주(祭主)의 앞쪽인 5열에는 과일과 과자를 놓는데 홍동백서(紅東白西), 동조서율(東棗西栗) 또는 조율이시(棗栗梨枾) 즉 왼쪽으로부터 조(대추), 율(밤), 시(곶감), 이(배)의 순서로 놓고 그 다음 호두 혹은 망과류, 조과류(다식, 산자, 약과)등을 차례로 놓는다. 참고로 조(대추)는 씨가 하나로 나라 임금을 뜻하고 율(밤)은 세톨로 삼 정승, 시(감, 곶감)는 여섯개로 육방관속, 이(배)는 여덟개로 八도 관찰사를 뜻 함으로 조율시이(棗栗枾梨)의 순서가 옳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이 때 사과, 배는 위아래만 잘라서 괴고 밤은 껍질을 벗겨놓는다. 과실중 복숭아는 제사에 안쓰며 생선중에서는 끝자가 치자로된 꽁치, 멸치, 갈치, 삼치 등은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제사 음식은 짜거나 맵거나 현란한 색깔은 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고춧 가루와 마늘은 사용하지 않는다.

차례상 진설법으로 잊기 쉬운 것은 음양의 원칙

    헌작한 자손들은 남자는 재배(再拜), 여자는 4배(四拜)

이러한 음식을 며느리들이 모두 준비하기가 버겁기 때문에 음식 만드는 일을 남정네들이 부분적으로 도와주고, 제일 쉬운 과일준비만은 항상 남정네들의 몫이었다. 차례상 진설법으로 잊기 쉬운 것은 음양의 원칙에 따라 홀수, 짝수줄은 짝수로 음식 숫자를 맞춰놓아야 한다는 점을 부친께서는 강조하셨다.

신위를 중심으로 동쪽에는 남자 자손이 서쪽에 여자 자손이 자리한다. 제주가 꿇어앉아 향을 피우고 강신잔(降神盞)에 술을 따라 모사(茅砂) 그릇에 비운 뒤 두 번 절한다. 전통적으로는 친척 중 연세든 분이 집사를 맡게 되지만 본댁에서는 2대 독자손이라 형식을 달리하여 형제 중에서 한명이 집사가 되었다. 헌작한 자손들은 남자는 재배(再拜), 여자는 4배(四拜)한다. 배례(拜禮)때 남자는 왼손을 오른 손위에, 여자는 오른손을 왼손 위에 올려놓는다. 헌작이 끝나면 6-7분간 물러서서 기다린고, 다시금 인기척을 한 후 참석자들은 모두 절을 하게 한다. 이런 연후에 모든 식구는 한자리에서 모여 앉아 조상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음식과 술을 나눠 먹는다.

비교적 신식 교육을 받은 며느리들은 그런대로 명절 때마다 전통적인 가풍에 불평없이 잘 따라주었다.그런데 다음 세대까지 이러한 일들을 이어질지 의문이며 이어줄 자신이 없다. 제사란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마음의 표현임을 강조해도 제사는 조상귀신에게 바치는 예물임을 확신하고, 번거로운 일은 간단명료하게 하고, 추석이란 말 그대로 즐거운 한가위가 되어야 한다는 세태에서 전통적인 기제는 발붙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각종 매체에서도 한가위는 조상 모시는 일이라기 보다는 즐거운 연휴로 어디로 놀러 가야 하는가 무슨 영화를 보아야 하는가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음에야.

그래도 기본적인 법도는 가르쳐 아들 딸을 장가 시집보내야 하겠다는 처와 공통적인 생각에 자식들이 동의해 주길 바랄 뿐이다. 맏며느리 구실을 해야 하는 처는 가까운 친척이나 형제가족들을 저녁시간에 초대하고 음식 대접하기 위해서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별도움은 안되지만 부엌에서 쭈그리고 앉아 음식장만을 구경하는 아들딸이 그냥 대견스럽다고 해야 할까.

[2001년 10월1일  조현찬]

 

 
 차례 (茶禮)

    - 음력 매달 초하룻날과 보름날, 명절날, 조상 생일 등에 간단히 지내는 제사. 영남 ·호남 지방에서는 차사(茶祀)라고 한다. 차례는 원래 다례(茶禮)라고 하여 문자 그대로 다(茶)를 행할 때의 모든 예의범절을 뜻하는 말이었으나, 지금은 다례라 하면 옛날 궁중의 다례나 불교의 다례 등을 뜻하는 말이고, 차례는  명절에 지내는 속절제(俗節祭)를 가리킨다. 또한 차례 자체도 지방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정월 초하룻날과 추석에만 지내는 것이 관례로 되었다. 옛날에는 정초에 차례를 지낼 때 ‘밤중제사(또는 중반제사)’라 하여 섣달 그믐날 밤 종가(宗家)에서는 제물과 떡국을 차려놓고 재배(再拜) ·헌작(獻酌) ·재배한 다음, 초하룻날 아침에 다시 차남 이하  모든 자손이 모여  메를 올리고 차례를 지냈다. 모시는 조상도 고조부모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의 4대를 대접하였으나 지금은 가정의례준칙에 의하여 조부모 ·부모의 2대만 제사 지낸다. 사당(祠堂)이 있는 집에서는 사당에서 지내고 기타 가정에서는 대청이나 안방에서 지내며 차리는 음식은 정초에는 떡국, 추석에는 송편을 기본으로 하고 과일 ·포 ·탕 ·식혜 ·어적 ·산적 ·나물 ·전 ·편 ·국 ·메 등을 마련한다. 제사는 먼저 제물의 진설이 끝나면  장자(長子)가 재배하고 헌작한 다음 메를 올린다. 올린 메에 수저로 十자의 자국을 낸 다음 45 ° 각도로 꽂고 일동이 재배한다. 국을 내리고 숭늉을  올린 다음 숭늉에 밥 3숟가락을 만다. 메에 뚜껑을 덮은 다음 차남이 아헌(亞獻), 3남이 첨작한 후 일동 재배하는 것으로 끝낸다.
             

 지방 쓰는 법

지방 쓰는 법 깨끗한 한지를 폭 8cm, 길이 24cm 정도의 직사각형으로 잘라 위쪽을 둥글게 오려 사용한다. 지방의 문안은 되도록 붓을 사용하여 한자로 쓴다.

        문안작성의 요령

    ◆ 한 장의 지방에 한 사람의 신위만을 쓸 때는 중앙에 적당한 간격으로 종서한다.
    ◆ 한 장의 지방에 남자조상과 여자조상을 동시에 쓸 경우에는 중앙을 기준으로 왼쪽에 남자조상을, 오른쪽에 여자조상에 대해 쓴다.
    ◆ 문안은 일반적으로 남자조상인 경우 顯○考(관직 및 직함)府君神位로, 여자조상인 경우 현○비(직함)姓氏神位로 쓴다.
    ◆ 벼슬이 없었던 조상의 경우에는 관직 대신 學生이라고 쓴다. 근래 顯考學生府君神位가 마치 지방문안의 표준인 것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으나 관직에 있었던 사람은 반드시 學生 대신 관직을 명기해줘야 한다.
    ◆ 여자조상의 경우 남편의 벼슬에 따라 "정경부인"등의 호칭을 써준다.
    ◆ 일정한 직함이 없는 여자조상의 경우 "유인(孺人)"이라고 쓴다.

     

 추석 차례상 

차례상은 지방이나  가정의 전통에 따라 순서나  제수를 놓는 위치 등에 다소 차이가 있다. 추석 차례상에 메(밥)는  원래 송편만 올리게 돼 있지만 밥과 송편을 함께 진설하는 경우도 있다.  차례상은 방위에 관계없이지내기 편한 곳에 차린다. "예절의 동서남북"이라 하여  지방(신위)을 모신 곳이 북쪽이며 제주가 상을 바라보았을 때 오른쪽이 동쪽이다.  차례 절차는  기제사에 따르지만 술을 한번만 붓고 축문은 안쓰는 경우가  많다. 남녀 자손이 함께 차례를 지낼 때는 남자는 동쪽,  여자는 서쪽에 자리한다.  절을 할 때는 제사와는 반대로 남자는 왼손,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가게 하고 각각 남자는 재배, 여자는 4배를 올린다. 기독교 신자는 무릎을 끓고 어른의 명복을 빈다.


  차례상 차리기

    ▶ 지방이 있는 쪽부터 첫 줄에는 시접(숟가락 담는 대접), 잔반(술잔, 받침대)을 놓고 메를 올린다.
    ▶ 둘째 줄에는 적과 전을 놓는데 어동육서(魚東肉西)라 하여 육류는 왼쪽, 생선은 오른쪽에 진설한다. 육적(구운고기), 소적(두부 부친 것), 전(기름에 부친 것), 어적(생선구운 것)을 놓는다. 이때 생선의 머리는 오른쪽을 향하게 한다.
    ▶ 셋째 줄에는 고기탕, 생선탕, 두부탕 등의 탕류를 놓는다.
    ▶ 넷째 줄에는 좌포우혜(左鮑右醯)라 하여 왼쪽에 포, 오른쪽에 식혜를 놓는데 왼쪽부터 포, 나박김치, 삼색나물, 간장, 식혜를 올린다.
    ▶ 다섯째 줄에는 조율이시(棗栗梨枾) 원칙에 따라 왼쪽부터 대추, 밤, 배, 곶감 등의 과일과 약과, 강정을 진설한다. 홍동백서(紅東白西)에 따라 붉은 과일인 사과는 오른쪽에 놓는데 대추를 오른쪽에 놓기도 한다.

[중앙일보와 두산대백과에서 발췌한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