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명예

 

 

누구에게나 돈과 명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머뭇거리지 않고 명료하게 「이것이다」라고 쉽게 대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이 때문에 자신과 집안을 망치고 더러는 목숨까지 앗아가는 것을 보면 그 대답이 쉬운 것만은 같지 않다.

돈과 명예는 뿌리치기 어려운 것이라 한다. 이와 같은 생각은 아마 세상의 인심이기도 할 것이다. 돈과 명예는 누구에게나 다 선망일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평생동안 이에 매달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돈과 명예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지나치게 집착하는 까닭으로 비롯되는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땀을 흘리지 않고 목돈을 쥐려하고. 고통없이 화려한 신기루를 쌓으려 할 때 그것은 자칫 위험한 허상이거나 부덕한 종기처럼 개운치 않은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은 흐름 때문에 때때로 세상을 떠들썩하고 일시에 돈과 명예가 곤두박질을 하면서 이래저래 몸살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항상 곧고 깨끗한 뜻을 지켜 때가 끼이지 않으며 유혹의 진창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삼가고 자신에 엄격하여 오히려 융통성이 없고 어리숙하게 보이는 사람들을 바보처럼 여기게 되는 것이 요즈음의 세태라고 한다면 지나칠까. 이런 학같은 사람들은 생존경쟁에서 지쳐지게 되고 때로는 불이익을 자초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별로 어색하지도 새삼스러운 것도 아닐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좀 더 어리숙하면서도 진지하게 파고드는 사람들을 별로 탐탁하게 생각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하겠다. 이와 같은 생각은 자연히 출세주의. 돈 위주의 풍조가 되어 대학입시에도, 사윗감을 고르는데도 나타나고 있다. 더러 당사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나름대로의 명분이나 까닭으로 변명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세태의 구체적인 반영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하겠다. 판검사 사위에는 얼마. 의사 사위에는 얼마하는 식의 공공연한 세인들의 입방아 속에서도 뼈가 있음은 물론이다. 순수학문에 지망한다고 하면 집안에서조차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은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당장 피부로 느끼는 권력이나 생활의 안정을 위한 틀림없는 보장이 없는 한 강건너 풍경처럼 모호하기만하여 안중에 들어어지않는 것 같다. 흔히들 외곬으로 한곳에 깊숙이 빠진다든가 골몰하는 모습을 그렇게 좋은 방향으로 이해해주거나 인정하지 않고. 그 진지한 모습을 비양거리며 손가락질 하는 것을 찾아 볼 때도 있다. 즉 공연히 어려운 것과 씨름하면서 실생활과는 동떨어진 관념적 탐구를 하는 것을 어리석은 것으로 보는 까닭이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흐름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너무 바빠서 미처 여유를 갖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쉽고 요령껏 살아가려는 풍조가 빚어내는 것이 아닐까한다.

땀을 흘려 일하기보다는 무슨 투기나 요행으로 목돈을 꿈꾸게되고. 깊은 생각이나 고뇌의 어려운 문제를 대하려는 자세보다는 무슨 배경이나 돈 힘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듯 쉽게 해결하려는 것이다.여전히 올림픽 복권은 인쇄되어 나오기가 무섭게 잘 팔린다고 한다. 억대의 꿈에 가슴조이며 너도나도 과녁 맞히기에 정신이 없다. 텔레비젼을 틀면 열기에 찬 스포츠 중계가 손에 땀을 쥐게한다. 인기있는 중계날은 거리의 교통과 발걸음이 한산해진다. 다행히 이기게 되면 거리에까지 환성이 터져나오고 가는 곳마다 통쾌한 장면이 오르내린다. 이와 같은 모습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삶의 애환을 씻어버리듯 발산하며 때로는 신선한 바람처럼 활력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신적인 뿌리가 제대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 바탕 위에서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데 있다고 하겠다.

뿌리없이 떠도는 삶의 모습은 위태롭기 때문이다. 적당히 즐기고 발산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것을 멋있는 삶의 참 모습인양 들떠 있다면 생각하는 삶보다 재미있는 삶에만 관심이 있을 것이다. 결국 재미나는 삶이란 행복하는 삶이며 거기에 사회나 분별과는 거리가 있기 마련이다. 좀 바보스럽게 보이는 어리숙한 진짜들이 닮아서 매끄럽고 재주가 넘치는 요령파들을 제치고 한 사람씩 한 사람씩 들어날 수 없을 것인가  

요령껏 적당히 따낸 부덕한 과일로 넉넉하고 편히 쉴 수 있거나 신기루의 허상에 기대어 뽐낼 수 있다면 세상 인심은 언제라도 들떠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돈과 명예보다 사람을 중히 여겨야 한다는 대답이 망설여지지 않고 나와야 할 것이며. 안이함보다 땀방울이 맺히고 고뇌하는 삶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여야 할 것이다. 돈과 명예가 아무리 마력을 지닌 도깨비 방망이라 하더라도 그것에만 매달린다면 노예에 불과한 것이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때때로 앞뒤를 살펴보며 제 모습의 빛깔로 살아가는 기쁨과 뿌리를 생각해본다.

 [1986년 7월7일  의사신문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