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삶과 아쉬움

 

     - 김신규 교수 부인의 영결식에 참석하고 - 

magnolia.jpg9월30일 고인(故人)의 발인날 아침부터 가랑비가 내렸고, 영결식장에 도착하던 시간에는 빗줄기가 더욱 굵어졌다. 발인시간보다 30분 가량 일찍 도착했는데도 고인의 많은 친지들과 생전 동료들이 벌써부터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뒤이어 최태열, 정화순, 김덕언, 장숙진 교수 등 낯익은 얼굴들이 나타났다. 영결식은 기도와 찬송, 조사와 축도로 엄숙하게 진행되었는데 40대 중반 나이에 못다한 삶을 마감했다는 아쉬움에 많은 사람들이 무척이나 안타까워하는 분위기였다.

고인의 부음을 접하게된 것은 전동석 교수(계명의대)가 보내준 9월29일자 전자메일이었는데, 한가위 인사와 함께 김신규(金伸圭, 한양대 류마티스병원장) 교수의 부인이 영면했다는 소식이 첨부되어 있었다. 정영수(46세) 고인은 지난 6월말 말기 위암으로 진단받아 눈물겨운 투병생활을 했고, 전날 9월28일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임상병리학회에서 김신규 교수 본인이나 주위 동료들로부터 아무런 언질이 없었기 때문에 무척이나 놀랍고도 안타까운 소식으로 다가왔다.

김신규 교수와는 작년 6월과 금년초 전문의고시 문제정리 및 선택 작업으로 양평에서 6일 동안 침식을 같이하면서, 김교수의 아파트까지 승용차로 동승하면서 삶과 가족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신규 교수의 가족으로는 신앙심이 돈독한 부인, 대학생인 장남, 고교생인 석진, 고인의 서른 여덟 살에 낳은 수연 등 세남매를 두어 유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김신규 교수는 독특한 예언가적 기질(?)이 있어 많은 동료들을 즐겁게 했고, 삶이란 우리들이 마음 먹은대로의 인생은 아니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김신규 교수는 금년 3월에 임상병리학교실 주임교수, 6월에는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병원장으로 발령받아 주위 사람들로부터 많은 부러움을 샀다. 이러한 일들은 본인이 그 동안 많은 학문적인 노력을 했고 성품에서 우러나는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얻어진 운명적인 삶의 연장이었으리라. 그런데 김신규 교수는 가정적으로도 가장 화복한 나날이었으리라 생각되는 지난 6월, 부인에게서 지병이 발견되었고 또다른 삶의 고뇌를 겪어야 하는 운명을 당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다행스런 일로 고인은 일찍부터 사랑과 헌신이라는 신앙심으로 무장되어 투병생활을 잘 극복하고 운명하셨다는 사실이었다.

최근 주위의 절친한 동료 및 가족에게서 40대 중반의 가장 좋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시골의 어린 시절부터 객지에서 유학생활까지 가장 절친했던 친우(대구대 정수철 교수)의 부인, 고교와 대학에서 학창시절을 같이 보냈고, 그리고 미국 연수생활중에서도 가족간의 정분을 돈독히 다져왔던 친우(인제의대 최석구 교수)의 부인, 또한 지난 해 고인이 된 김현태 교수 모두 병명은 달리하지만 40대 중반의 한창 나이에서 안타깝게 삶을 마감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래서 삶과 운명을 생각하게 한다. 암이란 나이 많은 사람에게 많고, 남자가 수명이 짧고 등등 교과서적인 사실들이 우리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 언제 어떠한 운명으로 못다한 삶을 가족들에게 남기게 될지 예측할 수 있은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더욱이 우리 모두는 한낮 미물이어서 시간을 달리하면서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간혹 잊고 살지는 않는가.

 

2001년 9월 30일  

한림의대   조 현 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