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연구의 윤리성

  

줄기세포(幹세포.stem cell)란 신체내에 있는 모든 세포나 조직을 만들어 내는 기본적인 세포를 말한다. 이 줄기세포에는 사람의 배아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복수기능 줄기세포)'와 혈구세포를 끊임없이 만드는 골수세포와 같은 '성체줄기세포(다기능 줄기세포)'가 있다.

배아줄기세포에서 `배아(embryo)'는 생식세포인 정자와 난자가 만나 결합된 수정란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수정된 후 조직과 기관으로 분화가 마무리되는 8주까지 의 단계를 가리킨다. 배아는 보통 5-7일 동안 세포분열을 거쳐 100-200여개의 세포로 구성된 `배반포 기배아(blastocyst)'로 발생돼 자궁에 착상하게 되며 계속해서 세포분열과 분화 과 정을 통해 인간 개체로 발생하게 된다.

배아줄기세포는 착상 직전 배반포기배아나 임신 8-12주 사이에 유산된 태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간으로 발생하는 세포이기 때문에 인체를 구 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줄기세포의 분화를 억제시켜, 210여개 장기로 발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원시세포를 유지시켜 준 상태를 배아줄기세포주(Stem Cell line)라고 한다. 특히 이번에 황우석 교수팀이 개발한 배아줄기세포는 사람의 난자에 난치병 환자 본인 체세포의 핵을 넣어 배양했기 때문에 향후 언제든지 특정 세포로 분화시켜 임상치료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연구팀은 뇌질환에서 당뇨병, 심장병에 이르기까지 많은 질병을 치료 하는데 이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예를 들어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해 인슐린 생산 세포를 만들어 내거나 척추부상 으로 마비된 환자의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신경세포를 길러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과학자들은 믿고 있다.

이에 비해 성체줄기세포는 혈액을 구성하는 백혈구나 적혈구 세포처럼 정해진 방향으로만 분화하는 특성이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뇌에서 채취한 신경 줄기세포를 근육세포, 간(肝)세포, 심장세포로 전환할 수 있음이 알려지면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다양한 질병을 치료할 가능성도 밝혀지고 있다.

일단 현재까지의 상황으로만 보면 성체줄기세포로 척수마비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연구가 최근 국내 일부 대학에서 임상2상 단계에 진입함으로써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훨씬 앞서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성체줄기세포는 면역거부반응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데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없어 앞으로 임상적용이 더 확산될 전망이다. 그러나 성체줄기세포는 줄기세포만큼 오래 살아있지 못하는 데다 채취되는 양이 매우 적어 실험실에서 배양을 통해 증식을 유도해야 하는 단점 때문에 임상에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가톨릭의대 오일환 교수는 "성체줄기세포는 이미 임상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에 배아줄기세포보다 먼저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황 교수팀의 연구성과는 핵치환 기술화 효용성 측면에서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장기나 기관으로의 분화기술과 암(癌)화 예방 등의 핵심적 기술개발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1년 전에 황우석 교수님의 첫 번째 논문이 사이언스 지에 실렸을 때, 필자는 필자의 중학교 1학년짜리 아들에게 'The House of the Scorpion'이라는 책을 사준 적이 있다. 이 책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미국 국경에 인접한 멕시코 지역에 억만장자 노인이 살고 있었다. 이 노인의 저택에는 많은 경호원과 하인들이 있었으며 과학자들과 의사도 고용되어 있었다. 이 부자 노인은 매트(Matt)이라는 소년을 아주 사랑했다. 그 이유는 이 소년이 이 부자 노인 자신이기 때문이었다.

이 소년은 이 대 저택에서 왕자처럼 귀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소년은 자기 자신이 이 부자 노인에게 치료용 장기를 공급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복제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즉, 자신이 이 부자 노인의 피부 세포로부터 복제되어 소의 자궁에서 키워져 세상에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소년을 공포로 몰아 넣은 것은 매트 자신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몇 명의 아이들이 자신처럼 길러지다가 노인에게 필요한 장기를 공급하고 죽어갔다는 사실이다.

이 책 내용의 상당부분은 과학 공상 소설에 불과하다고 여겼고, 단지 자라는 청소년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우는 좋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고만 여겼다. 그러나 몇일 전에 황우석 교수님은 이 소설의 대부분을 실현가능한 일로 만들어버렸다.

국내 언론이나 일부 시민들은 황우석 교수의 연구가 치료용 줄기세포연구일 뿐 인간복제와는 다르다고 오해하고 있는 듯하다. 언론기사는 모두 척추장애 등의 난치병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는 어떤가 ? 황우석 교수 연구팀은 복제 배아가 128개의 배반세포기에 이르렀을 때, 여기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헀다. 그러나 이 128개 세포로 이루어진 복제 배아는 자궁에 착상만 시키면 시험관 아기의 탄생과정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즉, 복제 인간이 태어나는 것이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 성과 중 가장 중요한 기술적 핵심은 복제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것이 아니다. 128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복제배아를 고효율로 만들어 낸 것이다. 즉, 난자 17개만 있으면 1개의 복제배아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기술을 혁신한 것이다. 이 기술은 사이언스라는 국제 학술지에 공개됨으로써 세상 모두에게 알려졌다. 과학잡지에서 실린 논문은 제3의 전문가가 그 논문을 읽고 실험을 반복했을 때 똑같은 결과를 반복적으로 실현할 수 있음을 기본 요건으로 한다. 즉, 황우석 교수의 논문을 읽은 전문가는 누구든지 복제 배아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복제 인간을 실제로 탄생시키려고 시도할 과학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치료용 세포나 장기의 생산 시도는 다르다.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안규리 교수도 지적했듯이 줄기세포를 신경세포나 혈액세포 또는 간세포 등으로 변환 시키는 기술은 가까운 시일 내에는 실현 불가능한 과학적 난제다. 심장이나 신장 등의 장기를 세포로부터 시험관에서 만드는 일은 난제가 아니라 학문적으로 볼 때 아예 불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시험관에서 줄기세포를 필요한 세포형으로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렵고 복잡한 장기를 만드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사람들은 다음 단계로 무엇을 택할까 ? 시험관 대신에 자궁을 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물론 윤리적인 문제로 인해 사람의 자궁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대신 침팬지 고릴라와 같은 유사 종의 자궁을 이용하고, 환자나 사망자로부터 추출된 자궁조직을 배양하여 이용하고, 다른 종의 자궁에 복제 배아를 착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128개의 배반세포기 이후의 단계까지 복제배아를 시험관에서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궁에서는 수주만 지나면 낭배나 신경배가 형성되고, 이시기에는 신경줄기세포, 혈액줄기세포 등이 이미 분화되게 된다. 이 시기에 복제 배아를 회수해서 여기에서 특정 타입의 세포를 추출해 내면 시험관에서 10년 20년 걸릴 일이 단 몇 년 혹은 몇 달 만에도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윤리적인 문제가 방해요소가 될까? 지금 같은 정서라면 필자의 생각은 윤리가 그렇게 큰 방해요소가 못되리라는 것이다. 128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1주일된 배아를 생명으로 여기지 않는 정서로부터 3~4주된 낭배나 신경배를 생명으로 여기지 않는 정서로 발전(?)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한 걸음만 더, 한 걸음만 더.... 그러다 보면 넘지 말아야 될 선은 어느새 눈앞에 있을 것이다.

'The House of the Scorpion'이라는 책에 나온 노인처럼, 실제로 아이를 길러서 장기를 추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누구나 살인이라고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종의 자궁에서 자라난 배아로부터 원하는 세포타입을 얻어내거나, 원하는 장기의 초기 상태(primodium)을 얻어내어 시험관에서 완전하게 만들려는 시도는 어떠한가? 어디까지를 허용할 것인가? 낭배까지인가? 신경배까지인가? 아니면 3개월까지 인가 5개월까지인가?

인간의 난자를 넘어 128개 세포의 언덕을 넘은 인류다. 우리가 넘어서는 안될 언덕이 어디인지를 자각하고 멈춰 설 수 있을까? 세상의 많은 아내들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을 작은 생명들을 생각할 때, 우리가 열광하는 황우석 교수의 연구 성과는 진정으로 무서운 일이다. 핵폭탄 만큼이나.....
[중앙일보  김재섭 2005-5-22]